매일신문

[데스크칼럼] 물 트라우마 벗어나야

이창환 경제부장
이창환 경제부장

대구 시민에게 먹는 물은 큰 트라우마다. 1991년 낙동강 페놀 유출 이후 9차례의 크고 작은 수질오염 사고를 겪었다. 취수원 이전을 두고도 구미와 오랜 갈등을 겪었다.

우여곡절 끝에 취수원 이전이 아닌 구미 해평취수장 취수원 공동이용으로 방향을 틀었다.

문재인 정부 막바지인 3월 국무총리, 환경부 장관, 대구시장, 경북도 행정부지사, 구미시장 등이 참석해 협정을 체결했다.

협정에는 해평취수장에서 일평균 30만 톤(t)의 물을 추가 취수해 대구경북 지역으로 공급하는 대신 구미 발전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30년 동안 겪었던 취수원 갈등을 돌이켜보면 이 협정은 그야말로 역사적인 사건이다.

이 협정식은 지난해 6월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가 의결한 '낙동강 통합 물관리 방안'의 후속 조치였다.

구미에서 협정에 대한 불만이 숙지지 않고 있다. 물을 나눠 쓰는 대가가 너무 빈약하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협정 재검토까지 주장한다.

협정 파기는 있을 수 없다. 윤석열 정부도 문재인 정부에서 결정한 해평취수장 공동이용 사업을 이어 갈 뜻을 분명히 했다. 환경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낙동강 유역 안전한 물 공급 체계 구축 사업과 관련해 2025년에 차질 없이 착공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업의 핵심은 해평취수장에서 대구까지 45.2㎞ 관로 건설이다. 지난달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고, 2024년까지 기본설계와 실시설계, 환경영향평가 등을 완료한다. 2025년 착공, 2028년 준공이 목표다.

해평취수장 문제가 삐걱거리면 합천 황강 복류수 및 창녕 강변 여과수 개발 사업과 운문댐 물 울산 공급 사업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3개 사업 모두 낙동강 유역 안전한 물 공급 체계 구축 사업으로 묶여 있어서다.

국무총리실, 환경부, 대구시, 경북도, 구미시 등이 맺은 다자간 협정은 당사자 모두 거부해야 효력을 상실한다. 한쪽이 반대한다고 효력이 상실되지 않는다. 중앙정부는 구미 발전을 위한 확실하고도 파격적인 지원을 내놓아야 한다.

이런 와중에 홍준표 대구시장은 안동댐 물을 끌어와서 식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해평취수장 공동이용과 함께 투 트랙으로 물 문제를 풀겠다는 의도다. 실제로는 안동댐 물 이용에 더 관심이 있는 듯하다.

권영세 안동시장 시절이던 2년 전, 대구시가 임하댐 물 이용 방안을 추진했다가 안동 시민들이 발끈하자 꼬리를 내린 적이 있다.

홍 시장은 새로 당선된 권기창 안동시장과 정치적 인연이 각별하다. 덕분에 홍 시장이 공약한 안동댐 물 이용에 권 시장이 지역 개발을 조건으로 적극 화답하는 모양새다.

대구시는 안동댐→임하댐→영천댐까지 묻혀 있는 관로를 이용해 안동댐 물을 대구로 끌어올 수 있다고 자신한다.

1조4천억 원으로 추산되는 사업비가 부담이지만 먹는 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중앙정부 설득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해평취수장 공동이용에다 안동댐 이용까지 가능해지면 대구는 30년 만에 먹는 물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다. 현실화까지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이다.

해평취수장 공동이용까지 오는 데 30년이 걸렸다. 안동댐 물 이용이 가능하기까지 어떤 변수가 불거질지 아무도 모른다. 원론보다 각론에서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변수에 발목을 잡히는 경우도 많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신중함을 홍 시장에게 당부하고 싶다. 물 트라우마를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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