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서랍에서 꺼낸 미술관

이소영 지음/창비 펴냄

대구미술관에서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매일신문DB
대구미술관에서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매일신문DB

흑인 최초로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 윌리엄 에드먼슨, 거리의 예술가에서 미술 수집가들의 로망이 된 루이 비뱅, 세상을 뜬 지 70년 만에 개인전을 연 위니프레드 나이츠. 이들의 공통점은 '아웃사이더 아트' 작가라는 것이다.

아웃사이더 아트는 정규 교육을 받지 않은 화가의 작품을 지칭하는 용어다. 하지만 파리 퐁피두센터, 뉴욕 현대미술관, 런던 테이트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앞장서 소개하는 어엿한 주류다.

이 책은 미술교육인, 아트컬렉터, 작가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미술 에세이스트 이소영이 그의 오랜 관심사인 아웃사이더 아트를 찾아다닌 마음의 여정을 기록한 책이다. 그는 백인 남성, 강대국 중심의 미술사에서 사라질 수 밖에 없었던 화가 21명의 얘기를 먼지 쌓인 서랍에서 꺼내 놓는다.

1부 '내 삶을 바꾼 아웃사이더 아티스트들'에서는 잊힌 화가들에게 빠져들게 된 순간을 담았고, 2부 '독특한, 괴이한, 불가해한, 그래서 매력적인'은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아웃사이더 아트의 매력을 풀어놓았다.

3부 '새로운 눈과 손이 이끄는 길'은 새로운 길을 개척해낸 선구자적 작가들의 얘기다. 또한 4부 '그리고 그들이 내 곁으로 돌아왔다'에서는 이미 대세가 된 아웃사이더 아트의 면면을 소개한다.

최근 미술 관련 책이 쏟아져나오고 있지만 이 책은 조금 다르다. 누구나 아는 미술 얘기가 아니라 인종·성별·장애·계급 등을 이유로 세상에서 사라진, 주목받지 못했던 화가들과 미술사가 기록하지 않은 작품들을 꺼낸다.

그래서 자신의 삶이 소멸되는 것이 두려운, 외로운 사람들에게 이 책은 위로와 치유로 다가온다. 뒤늦게 조명을 받는 예술가들의 얘기들이 와닿는 한편으로, 평범한 우리 또한 위대함을 품고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지은이는 책을 쓰는 내내 '하찮은 예술은 없다'는 문구를 앞에 뒀다고 한다. 예술이 곧 삶이라고 본다면 하찮은 삶도 없는 셈이다.

새롭게 접하는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세계에 지은이의 내밀한 고백이 얹힌 글들은 힘들고 지친 현대인들에게 저마다의 감동으로 다가가기 충분하다. 256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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