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월에는 도서관주간과 세계 책의 날이 있다. 이때는 9월 독서의 달과 함께 가장 큰 행사가 열리기 때문에 도서관이 가장 바쁜 시기다. 올해 도서관 주간과 세계 책의 날을 맞이하여 '직접 아이들을 만나고 책으로 소통할 수 있는 행사가 없을까' 고민하다가 그림책을 읽어주고 관련 독후활동을 진행하는 '사서가 읽어주는 그림책 이야기'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아이들에게 도서관이 친근하고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알찬 행사를 준비하고 싶었다. 가장 큰 고민은 책 선정이었다.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으면서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 수 있는 책이어야 했다. 고민 끝에 어린이실에 빅북으로 전시돼 있는 '호랑이 꼬리 낚시'라는 그림책을 발견했다. '호랑이 꼬리 낚시'는 호랑이와 마주치면서 위기의 순간을 맞이한 토끼의 재치가 돋보이는 이야기로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라는 속담과 잘 어울리는 책이다. 마침 올해는 임인년 검은 호랑이의 해이고, 이 책을 읽고 호랑이 관련 독후활동을 하면 좋을 것 같았다.
행사 당일, 떨리고 긴장되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아이들 앞에 섰다. 옆집 언니가 읽어주듯 차분하게 그림책을 읽기 시작했다. 걱정과는 다르게 아이들은 이야기에 금세 집중하기 시작했고 이후 진행된 그림책 속 내용의 퀴즈에도 연신 손을 들면서 큰소리로 정답을 외쳤다. 그리고는 한 친구가 갑자기 호랑이를 보고 떠올랐다며 "이 호랑이 책도 재미있어서 친구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어요, 선생님"하면서 이지은 작가의 '친구의 전설'을 알려주었다. 이 책 추천을 시작으로 너도나도 손을 들며 '해님 달님', '은혜 갚은 호랑이' 등 알고 있는 호랑이 책을 이야기하고 그렇게 생각지도 못한 책 추천을 받았다.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할 때는 모든 과정을 혼자 이끌어야 된다는 부담감이 컸지만 초롱초롱한 눈으로 그림책에 집중하고 "재미있는 책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이런 행사 했으면 좋겠어요"라고 인사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보람과 뿌듯함이 크게 다가왔다. 좋은 책의 중요성과 그 책을 소개하는 사서의 역할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 도서관에서 많은 행사를 진행했지만 이번에는 특히 단순히 책을 읽어주고 독후활동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서로 알고 있는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소통했다는 점에서 사서로서 기억에 남는 행사가 될 것 같다.
이번 도서관주간 행사가 아이들에게 도서관과 조금 더 가까워지고 책과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길 바란다. 이번엔 비록 일회성 행사에 그쳤지만 앞으로 좋은 책을 소개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자주 마련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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