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올랐던 박상영 작가가 연작소설 '믿음에 대하여'를 출간했다. '대도시의 사랑법'과 '1차원이 되고 싶어'에 이은 '사랑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이번 작품 역시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퀴어 소설이다. 동성애를 겨냥한 차별과 폭력이 서사를 이끄는 핵심적인 요소지만, 전부는 아니다. 소설은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사태 전후를 기점으로 직장인이나 영세 자영업자 등 사회생활을 하는 동성애자를 주인공으로 설정한다. 여러 문제는 서로 맞물리며 더없이 복잡해져 간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30대 청년들의 자화상이 비치는 이유다.
이번 작품에는 두 쌍의 게이 커플이 등장한다. 이 4명은 '요즘 애들', '보름 이후의 사랑', '우리가 되는 순간', '믿음에 대하여' 등 4개의 단편에서 각각 주인공을 맡는다. 다른 단편에서는 조연으로 다시 등장하며 '취약한 삶'과 사랑에 관해 이야기한다. 작가 특유의 유려한 입담 덕분인지 각각의 이야기는 막힘없이 잘 읽힌다.
첫 수록작 '요즘 애들'은 직장생활에 첫발을 내딛는 사회 초년생들에 관한 얘기다. 지금의 30대들이 이른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마모되는 과정을 담아냈다. 주인공 남준은 한 잡지사에 갓 입사한 인턴 직원이다. '가족 같은 분위기'를 표방하는 첫 직장은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그는 "네가 잘못한 것을 말해봐"라고 버릇처럼 말하는 선배와, 직원들의 사생활을 안주 삼아 얘기하는 편집장 사이에서도 최선을 다한다. 체할 것 같은 기분을 견디며 "나다운 것들을 깨끗이 표백하고 나면 비로소 매거진C의 색깔이 입혀져 그토록 염원하던 정직원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회사는 약속된 수습 기간이 지나도 그를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는다. 남은 건 모욕이나 공격을 받을 때 실없이 웃음을 터트리며 상황을 모면하는, 방어적인 성격뿐이다.
'보름 이후의 사랑'은 전염병 시대에 위태로이 살아갈 수밖에 없는 동성애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고 싶지 않지만, 확진자의 동선이 거리낌 없이 노출되던 시기였다. 더군다나 '이태원발 코로나19 유행'까지 번지면서 불안감은 깊어진다. 이들의 삶은 동선 공개로도 무너질 수 있을 만큼 취약했기 때문이다.
몇 차례 직장을 바꾼 뒤 방송기자가 된 남준은 회사원 찬호와 커플이 된다. 그러나 서로 다른 생활 방식 때문에 갈등을 겪고 있다. 직업상의 이유로 자신의 정체성을 노출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남준은 다른 게이들과 소통하고, 어울려 노는 찬호를 이해하지 못한다. 균열이 본격적으로 생기는 계기는 코로나19 사태다. 기남시 55번 확진자가 이태원 클럽에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며 게이에 대한 혐오도 일파만파 커진다.
이 시기 다른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철우네 가게에 들렀던 찬호도 검사대상이 된다. 결과는 음성. 그러나 남준은 "우리는 만난 적이 없는 거다. 집주인과 세입자의 관계일 뿐인 거야. 알지?"라는 말을 남기고, 보름의 자가 격리 기간 동안 동거하던 집을 떠나기로 한다. 둘만의 관계를 지키기 위해 함께 구매한 집이었다. 보름 후에도 그들의 사랑은 전과 같을 수 있을까.
저자는 '작가의 말'에 "소설을 쓰는 내내 더 이상은 누군가가 질병으로 인해 낙인찍히고 배척당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돌이켜보니 이 책의 모든 문장에 그런 나의 염원이 아로새겨져 있다"고 썼다. 292쪽, 1만4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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