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동 원도심은 살아있다]<2>안동중앙신시장

내륙 최대 제수용품 시장…문어·간고등어 드라이브스루 구입
299개 점포 '원스톱 장보기', 토요 농산물 직거래場 운영
찜닭골목 연계 관광 상품화…장보기 통합 배송센터 조성, 무인판매·라이브커머스 등 비대면 유통경로 확대 추진

종가와 고택 등 전통문화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안동지역의 '유가'(儒家)에서는 아직까지 집안의 으뜸을 '봉제사 접빈객'(奉祭祀 接賓客)을 꼽고 있다. 제사를 받들어 모시고, 집으로 찾아오는 손님을 극진히 대접하는 유교의 실천 덕목이다.

그만큼 안동지역에는 손님접대와 제사에 필요한 의례음식들이 발달했다.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 온주법, 음식절조 등 제사와 손님접대에 필요한 술과 음식 조리법을 담은 고조리서들도 많이 전해지고 있다.

봉제사 접빈객 음식은 종류도 다양하고, 정성스레 장만해야 한다. 이처럼 까다로울 수 있는 음식들을 한 곳에서 모두 장만할 수 있는 전통시장이 있다. 안동중앙신시장이다. 경북 북부지역 최대 규모의 전통시장이다.

안동중앙신시장은 2일, 7일이면 전통 5일장이 난전을 벌인다. 신시장 앞 도로 양측으로 온갖 채소와 과일, 농산물 등을 팔기 위한 장꾼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사진은 공용주차장 육교에서 내려다본 5일장 모습. 엄재진 기자
안동중앙신시장은 2일, 7일이면 전통 5일장이 난전을 벌인다. 신시장 앞 도로 양측으로 온갖 채소와 과일, 농산물 등을 팔기 위한 장꾼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사진은 공용주차장 육교에서 내려다본 5일장 모습. 엄재진 기자

◆제수용품에서 행사음식까지 한 곳에서

이 시장은 1946년 7월 재래시장으로 개설됐다. 하지만, 시장의 모태가 된 포목점들은 일제강점기때부터 형성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국전쟁때 폐허로 변했지만, 이후 노점상들이 하나둘 생겨나면서 다시 시장의 형태를 갖췄다.

중앙시장과 신시장으로 운영돼오다가 지난 2003년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인 아케이트 설치 사업을 추진하면서 2004년 '안동중앙신시장'으로 등록됐다.

1만6천600㎡의 부지에 371개 점포가 들어서 있다. 지금은 299개 점포가 운영되고, 72개의 점포가 비어 있다. 전통시장의 어려운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등록된 상인 회원은 383명이다.

중앙신시장은 한마디로 '원스톱 장보기'가 가능한 다양한 물건들을 팔고 있다. 제수용품과 행사에 필요한 모든 음식들을 이곳에서 도매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때문에 전국에사 가장 싼 가격의 시장으로 유명하다.

포목 1·2지구, 7·8지구를 중심으로 떡집, 문어 고등어 돔베기 등 어물전은 4·6지구, 중앙 골목을 중심으로 야채·과일·반찬·건어물가게들이 들어서 있다.

도로 건너편 어물전은 1960년대부터 경매가 이뤄진 내륙지역 최대 어시장이었다. 부산에서 물건을 가져와 차에 내리면서 경매가 이뤄지고 북부 내륙지역으로 공급됐다.

중앙신시장은 '문어'와 '간고등어' 특화시장으로도 유명하다. 바닷고기인 고등어가 내륙지방까지 오면서 부패를 막기 위해 염장을 하고, 이동과정에서 숙성돼 안동의 특산명물인 '간고등어'가 됐다.

문어는 뼈가 없어서 전부 먹을 수 있는 생선이다. 문어(文魚)의 '文' 자가 '글월 문' 자이기 때문에 유교문화의 본 고장인 안동 지방과 어울리는 음식으로, 제사상에 빠져서는 안되는 음식이다.

중앙신시장의 '간고등어'와 '문어'는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지금도 택배와 교통편으로 서울 등지로 팔려나가고 있다. 명절이면 귀성객들이 집으로 돌아가면서 선물용으로 사갈 정도로 안동에서만 구할 수 있는 특산 먹거리로 인정받고 있다.

안동중앙신시장은 문어와 간고등어 특화시장으로 가꾼다. 사진은 중앙신시장 안동문어 윤교선 대표. 김영진 기자
안동중앙신시장은 문어와 간고등어 특화시장으로 가꾼다. 사진은 중앙신시장 안동문어 윤교선 대표. 김영진 기자

◆전통 5일장과 함께 '토요 농산물 직거래 장터' 운영

이 시장의 특징 중 하나는 지금도 상설시장 주변으로 2일과 7일에 '전통 5일장'이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것이다. 주변 보따리 상인들이나 농민들이 가져 나오는 각종 농산물들이 싼 가격에 거래된다. 요즘에는 마늘장이 제일생명네거리에서 경찰서 앞까지 길게 형성되고 있다.

안동시와 상권르네상스추진단은 이 시장을 '스마트 장보기 특화시장'으로 가꾸면서 '토요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기존에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는 전통 5일장을 매주 토요일 '토요장터'로 개설해 인근 구시장 찜닭골목이나 안동지역을 찾는 관광객을 유입해 새로운 볼거리와 지역 전통시장 문화로 가꾼다는 복안이다.

이는 무분별한 노점상들의 각종 민원과 주변 상인들간 갈등을 해결하고, 중소상인 상생발전과 무분별한 불법 상행위 해소, 농산물 직거래를 통한 지역경기 활성화와 상인매출 증대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전통시장이 하나의 문화관광 상품으로 자리잡으면서, 토요장터를 관광객 특화시장이나 사진 작가들의 작품 활동의 장으로 활용,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개체 역할로 만들어 갈 계획이다.

안동중앙신시장은 문어와 간고등어 특화시장으로 가꾼다. 사진은 우가수산 김은주 대표
안동중앙신시장은 문어와 간고등어 특화시장으로 가꾼다. 사진은 우가수산 김은주 대표

◆온라인 장보기·공유주방 설치로 소비자 신뢰 확보

이 시장에는 '장보기 통합 배송센터'가 조성된다. 카페나 패스트푸드점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드라이브스루 형식인데 온라인 장보기 후 주차장에서 차량으로 주문 상품을 방문 수령가능한 통합배송센터를 운영한다는 것이다.

특히, 전국택배 기능의 활성화는 물론 3km내 배송 거리는 직접 배송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소비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장보기할 수 있도록 해 대형판매시설과 경쟁력을 갖춰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특산품 무인판매대'와 '특산품 공유주방' 등 시장 특산품에 대한 관광객들의 접근성과 상품 경쟁력을 높여 나간다.

무인판매대는 안동 원도심 상권내 주차장이나 고객센터 등에 설치한다. 디지털화된 소비패턴에 대응한 언택트 스마트 무인판매로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유통경로를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간고등어와 문어 판매업소가 50여곳이 넘는 중앙신시장 경우 점포마다 작업환경이 각각 다른데다 대부분 열악한 상황이다. 때문에 자칫 상품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는데 한계가 올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공유주방'을 조성한다.

한마디로, 중앙신시장 특화상품인 '간고등어'와 '문어' 공동작업장 설치로 효율적 작업관리를 통해 상품 경쟁력을 높이고, 위생강화와 협업화를 통한 라이브커머스 판매, 대형유통업체 입점 등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안동중앙신시장 주변에 5일장이 열린 날 마늘시장을 찾은 권기창 안동시장. 안동시 제공
안동중앙신시장 주변에 5일장이 열린 날 마늘시장을 찾은 권기창 안동시장. 안동시 제공
안동중앙신시장은 2일, 7일이면 전통 5일장이 난전을 벌인다. 신시장 앞 도로 양측으로 온갖 채소와 과일, 농산물 등을 팔기 위한 장꾼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엄재진 기자
안동중앙신시장은 2일, 7일이면 전통 5일장이 난전을 벌인다. 신시장 앞 도로 양측으로 온갖 채소와 과일, 농산물 등을 팔기 위한 장꾼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엄재진 기자
안동중앙신시장은 2일, 7일이면 전통 5일장이 난전을 벌인다. 신시장 앞 도로 양측으로 온갖 채소와 과일, 농산물 등을 팔기 위한 장꾼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엄재진 기자
안동중앙신시장은 2일, 7일이면 전통 5일장이 난전을 벌인다. 신시장 앞 도로 양측으로 온갖 채소와 과일, 농산물 등을 팔기 위한 장꾼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엄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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