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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우리나라에서 가장 독특한 파도

이선욱 시인, 대구문학관 상주작가

이선욱 시인, 대구문학관 상주작가
이선욱 시인, 대구문학관 상주작가

몇 년 전부터 휴가철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서핑'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코로나로 잠시 주춤하기는 했지만, 그 사이 외국에서나 볼 수 있었던 파도 타는 모습을 이제는 국내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서핑 명소라 불리는 곳들은 코로나를 겪으면서도 꾸준한 인기를 누리게 됐는데, 인기를 끌게 된 명소들만큼이나 혹은 거기 떠다니는 각양각색의 서핑보드들만큼이나 이제는 사람들이 '바다'를 즐기는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바다는 그런 즐거움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대구 같은 내륙 지방의 도시라면 더 그럴 수밖에 없는데, 특히 요즘 같은 휴가철이라면 더 그렇다. 휴가를 통해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바다야말로 건물들로 가득한 일상의 풍경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은 다시 기승 중인 코로나에, 덩달아 기승 중인 물가에, 폭염까지 겹치고 있는 마당이다. 사람 마음이란 게 그럴수록 더 탁 트인 바다로 떠나고 싶기 마련이다. 서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장이라도 파도에 오르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이맘때면 성당시장네거리에서 내당역으로 향하는 작은 도로 하나가 떠오르곤 한다. '파도고개'라고 불리는 도로다. 언덕과 내리막이 마치 파도처럼 커다란 너울로 이어진다는 뜻에서 붙인 이름인데, 개인적으로는 유년 시절을 쭉 보낸 동네이기도 하다. 그때는 '낙타고개'라고도 불렀던 기억이 있다. 낙타나 파도나 굴곡이 심하기는 마찬가지지만, 결국 파도라고 불린 걸 보면 가뜩이나 더운 도시에 사막의 낙타보다는 시원한 파도가 있는 게 차라리 낫다는 판단이었나 보다. 낙타나 파도나 내 눈에는 둘 다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언제부턴가 대구라는 이 내륙 도시에도 커다란 '파도' 한 채가 자리하게 됐다. 살펴보면 우리나라 어느 내륙 지역에도, 심지어 해안가에도 '파도고개'라고 이름을 붙인 경우는 찾기가 어렵다. 그만큼 도시 한가운데 자리한 이 파도는 커다란 너울만큼이나 이색적인 풍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게다가 놀랍게도 실제로 걸어보면 해안가의 마을을 직접 거니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언덕 너머로 바다가 펼쳐지는 풍경을 접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상상하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대구에 사는 사람들, 특히 바다나 혹은 서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도 정작 이 파도에는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바다를 즐기는 방법은 다양해졌지만, 아직 이 파도는 그런 즐거움의 대상이 되지 못한 까닭일까. 진짜 바다나 파도가 아니어서 그렇다면야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이 고개를 넘어갈 때마다 어쩐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독특한 '파도'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바다는 아니지만 도심을 '서핑'하는 서퍼 입장에서 보면 그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이 파도는 분명 답답한 도시를 한순간에 시원한 바다로 변화시키는, 또 하나의 서핑 명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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