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장] “지금 대구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

황정화 녹색당 대구시당 운영위원장

황정화 녹색당 대구시당 운영위원장
황정화 녹색당 대구시당 운영위원장

7이 6으로 바뀌었다.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된 '기후시계'(climate clock) 이야기다. 기후시계는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서 합의한 목표, 즉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 1.5℃ 상승까지 남은 시간을 보여준다. 지난해 4월 동대구역에 설치될 때 6년 260일이었던 것이 코로나19 영향으로 1년 이상 늘어났으나 며칠 전 다시 6으로 내려왔다.

지구적 기후 문제를 대중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리려는 노력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대표적으로 도이치뱅크는 2009년 뉴욕 타임스퀘어에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보여주는 20m 높이 전광판을 설치했다. 블룸버그 탄소시계 웹페이지는 2015년 개설되었다. 같은 해 캐나다 콘코르디아대학은 누적 탄소 배출량, 1.5℃까지 남은 시간, 지구 온도 상승분까지 계산한 온라인 기후시계를 게시했다. 동대구역에 설치된 기후시계는 베를린, 뉴욕, 글래스고 등에 설치된 것과 동일한데, 더 엄격한 기준을 세워 콘코르디아 시계보다 2년 정도 짧다. 무엇보다 번화한 대도시에 대형 조형물로 설치되기에 가시성이 높다.

이 기후시계를 운영하는 웹사이트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실려 있다. 기후시계 운동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이가 바로 그레타 툰베리라는 것이다. 그녀는 2019년 9월 유엔 정상회담에 기후시계를 갖고 가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 왔는데, "감히 우리의 미래를 훔쳐가는가"라는 연설 후 유엔 사무총장에게 기후시계를 전달한다는 계획이었다. 운영 팀은 그녀의 필요에 맞는 기후시계를 급하게 준비했지만, 아쉽게도 시계의 행사장 반입은 허가되지 않았다. 시계가 폭발물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따져 보면 유엔 측은 기후시계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한 것이라 아이러니하다. 초 단위로 깜박이는 기후시계는 사실 시한폭탄을 시각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도 상승을 1.5℃ 아래로 안정화시켜야만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과 지구 환경의 일부 회복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러니까 1.5℃는 파국을 막을 마지노선이고 재깍재깍 다가오는 데드라인이다. 사실 1.2℃가량 상승한 지금도 이미 위급 상황이다. 남극의 기온은 0℃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빙하는 무서운 속도로 사라지고 있으며, 매년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자연 발화한 산불은 지금도 숲을 태우고 있다. 한국의 경우, 작년 기록적 장마와 올해의 기록적인 가뭄 그리고 다음은 무엇일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동대구역 꽃밭에 놓인 것이 시한폭탄과도 같은 것이라면, 그 앞에서 우리는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인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기후시계가 설치되었다고 뿌듯해할 수 있을까. 기후시계는 불타는 지구를 기념하는 조형물(monument)이 아니라 시급한 대응을 촉구하는 운동(movement)을 위한 것이다. 무엇보다 아직은 행동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희망의 아이콘이다. 따라서 동대구역 기후시계를 보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속절없이 6이 5로, 4로 변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탄소중립을 이루는 날까지 기후시계가 0이 되지 않도록 온실가스 감축을 인간 활동의 최우선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취임사에서 향후 50년의 번영을 약속했다. 2072년. 대구와 지구의 온도는 어디까지 도달해 있을까. 불타고 녹아내리는 지구에서, 대구만 번영할 길이 있을 리 없다. 어쩌면 아무도 진지하게 되묻지 않을 50년의 번영보다, 지금 기후시계가 가리키는 6년 357일 동안 기후변화에 대해 무엇을 할지, 4년 임기의 신임 대구시장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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