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재현장] "대구 경제, 문제는 청년이야"

홍준표 경제부 기자
홍준표 경제부 기자

"우리 회사에 경북대 출신 개발자가 두 명이나 있어요. 이건 진짜 대단한 거예요!"

최근 만난 대구 소재 IoT 기반 무인 자동화 시스템 개발·제조업체 대표가 한 말이다. 대구 업체에 지역 국립대 출신이 근무하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 싶겠지만 그의 이야기는 달랐다. 대한민국발명특허대전 한국발명진흥회장상, 특허청장 표창, 대통령 표창을 받은 업체에 지역 국립대 출신 둘이나 '모시고' 있는 게 어떤 의미인지 그의 이야기는 적나라했다.

업체 대표의 설명은 이랬다. 취업 준비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라는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와 같은 시쳇말에서 알 수 있듯 대한민국에는 분명한 '취업 남방한계선'이 존재한다.

그럴싸한 학교 출신에 어지간한 스펙이라도 가진 경우 사무직은 경기도 성남시 판교까지만 간다고 '판교라인', 기술직 엔지니어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이 마지노선이라고 해서 '기흥라인'이라고 부른다.

그는 "학력을 속였나, 우리 회사가 어떤 곳인지 모르고 원서를 냈나, 학점이 낙제 수준이라 대기업 취업을 포기했나 하는 의심이 들었을 정도"라며 "서울 성수동 스타트업 중에는 대표가 온종일 면접만 본다는 곳도 있다는데 지역에서는 인력난이 최대 난제다. 지역 중소기업은 초대졸 유망주를 채용해 간신히 업무 전문성을 길러내도 어느새 수도권으로 이탈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다음 날이었다. 대구 경제계에 정통한 인사와 한 시간가량 차담을 가졌다.

이 인사는 대구시가 5대 핵심 산업 분야로 제시한 반도체, 플라잉카, 헬스케어, 로봇, ABB(인공지능·블록체인·빅데이터)에 대한 전망을 내놨다. 내용은 전날 이야기와 비슷했다. 시가 미래 성장 동력의 맥은 잘 짚었지만 어느 개발자가 대구경북에 오거나 머물겠느냐는 것이다.

그는 "ICT나 소프트웨어 기업에 투자하는 초기 투자 전문 벤처캐피털은 서울에 몰려 있다. 개발업체도, 인력도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면서 "결국 대구는 5대 신산업에서 진짜 돈이 되는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서울이 감당하기 어려운 제조 분야를 담당하는 협력업체 신세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제조공장 입지도 땅값이 제자리걸음하는 지방 도시보다 사 두면 뒷자리 '0' 하나가 더 붙는 수도권을 선호하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이토록 장광설을 늘어놓은 건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이야기에서 한 사람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그이가 뱉은 "대구에 신규 산업을 많이 도입해 젊은이들이 오고 싶어 하는 도시로 만드는 게 핵심"이라던 말이다.

지난달 4일 이종화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시청 동인동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오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단순히 일자리만 많으면 오고 싶은 도시가 되는 건 아니다"며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게 어떤 것이 있는지 정책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선 8기 대구시 경제 사령탑이 직시했듯 문제는 청년이다. 대구 인구 250만 명 붕괴 4년 만인 지난해 240만 명 선마저 무너졌다. 수도권은 무한 팽창하며 근래에는 수청권(수도권+충청권)이라는 말마저 나온다. 지역 산업 현장은 "지역 경제 활력 제고가 첫 단추"라고 아우성이다.

현재의 틀을 깨지 못하면 '대구의 영광을 되찾을' 기회는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지역에 대기업을 유치하고,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정부 공모사업 유치도 중요하지만 '홍준표 대구시정'은 원동력이 될 청년 인재를 놓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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