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2025년부터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한 살 낮추기로 하면서 학부모를 중심으로 반발 움직임이 일어나는 등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학부모와 유치원 단체 등은 "아이들이 입학부터 졸업과 취업 때까지 더 심해진 경쟁에 시달릴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낸 반면, 교육계 일각에선 "저출산 시대 필요한 정책"이라며 찬성 입장을 보였다.
◆2025년 대구 초등 입학생 2천명 증가
지난 29일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르면 2025년부터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기존 만 6세에서 만 5세로 낮추는 내용의 새 정부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입학 연령을 1년 앞당겨 영·유아 단계의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사회 진출 연령도 낮추겠다는 취지다.
시행 초기 2개 학년 인원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교사와 교실 부족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4년 간 순차적으로 입학 정원의 25%씩 입학 연도를 앞당기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
연도별로 보면, 2025년에는 2018년 1월∼2019년 3월생▷2026년에는 2019년 4월∼2020년 6월생 ▷2027년에는 2020년 7월∼2021년 9월생 ▷2028년에는 2021년 10월∼2022년 12월생 등이 각각 입학한다.
교육부 계획을 적용하면, 2025학년도 대구의 취학 대상은 2018년생 1만4천400명과 2019년 1~3월생 3천608명을 합친 1만8천8명이다. 이는 2학년에 올라가는 2017년생 1만5천946명보다 2천62명이 더 많은 수다.
통계청과 대구시 등의 출생아 통계에 따르면 학제개편 대상인 2018~2021년 대구의 출생아는 1만~1만4천 명 안팎이다. 올해의 경우 1~6월 출생아가 5천452명으로, 전체 1만 명 가량으로 예상된다.
오는 2025학년도 전국 취학 대상은 2018년생 32만6천822명에 2019년 1~3월생 8만3천30명을 합친 40만9천852명이다.
◆학부모 "특정 세대에 부당한 경쟁 유발"
이에 학부모들은 전환기 4년간 만 5세 아이들의 25%가 만 6세와 경쟁해야 하는 것은 부당하며, 다른 학년에 비해 인원이 많아 더 치열한 입시·취업 경쟁을 겪어야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인터넷 맘카페 등에서는 "아이들 학원 다니는 시기가 더 앞당겨지겠다", "태어나자마자 조기교육 시켜야 할 판" 등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대구 달서구에서 8살과 7살, 3살 등 자녀 셋을 키우는 구희정(35) 씨도 "주변의 초등학교 1학년을 보면 학원 2~3개가 기본이다. 입학 연령을 앞당기면 교육 격차가 해소되기는커녕 더 어린 나이에 아이들이 사교육 스트레스를 겪게 될 것"이라고 했다.
조승현 새싹부모회 대구지회장은 "특정 세대가 생애 전반에 걸쳐 입시와 취업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며 "만 5세의 경우엔 태어난 개월 수에 따라서도 차이가 큰 데, 1살 차이가 나는 같은 반 학생들과 학력 격차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업을 못 따라가는 학생만 집중적으로 지도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부족한 부분을 사교육으로 보충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 "유아 특성·현장 상황 모르는 정책" 유치원·초교도 반발
유치원 관련 단체들은 어린 나이에 학업을 이수해야 할 경우 어린이들이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귀영 대구사립유치원연합회 회장은 "연령별로 발달 차이가 큰 유아 단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학제개편 방안이다. 유아를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할 유아 정책이 오히려 유아를 희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 진출 연령을 1년 앞당겨 청소년들을 직업 전선에 빨리 내보내는 게 목적이라면 차라리 유아 발달 단계와 상관 없는 초·중·고 학제를 개편하는 게 낫다"며 "정부는 유치원 관계자와 학부모 등 현장의 당양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늘어난 입학생을 수용해야 할 초등학교도 걱정이 크다.
달성군 한 초등학교의 교사 이모(59) 씨는 "유치원의 경우 수업 중 학생이 문제를 일으켰을 때 따로 데리고 나가서 돌볼 수 있는 유휴인력이 있지만 초등학교는 그렇지 않다"며 "현재도 초등학교 1학년은 수업 지도가 어려워 담임을 맡으면 가산점을 주는데, 학교 생활이나 교육 과정에 적응하지 못하는 5살 학생들이 대거 발생한다면 수업 진행 자체가 어렵게 될 것"이라고 했다.
◆ "저출산 시대 필요한 정책" 찬성 입장도
사회 상황과 교육 현장의 변화에 발맞춰 76년간 유지돼온 학제 역시 개편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있다.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은 "현재 저출산 문제로 인구, 즉 노동력이 자꾸 줄어드는 만큼 한 인간의 생애 노동시간이 연장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학제를 개편해 입직 연령을 낮춰야 한다"며 "점진적으로 중·고등 과정까지 학제 개편을 확대해 현재 6-3-3-4 체제에서 3년 정도만 앞당겨도 인구 10% 증가 효과를 볼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학 4년간 쌓은 전공 지식만으로는 평생 일을 할 수 없는 세상이 됐다. 제도 교육을 너무 오래 지속할 필요가 없다"며 "그보단 새로운 정보를 빠르게 흡수해 업무 현장에 적용하도록 전 생애에 걸친 평생 교육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제개편의 장·단점을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홍원화 경북대 총장은 "과거와 비교했을 때 요즘 아이들의 학습 능력과 성장 속도가 발전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정부에서도 이번 방안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방안이 실제로 이뤄졌을 때 어떤 점이 유익하고 한편으론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면밀히 살펴 논의할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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