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2’

드라마보다 강력한 연애 리얼리티의 멜로…자극보다 감성 선택으로 과몰입 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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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환승연애2'의 한 장면. 티빙 제공

티빙 오리지널 예능프로그램 '환승연애2'가 돌아왔다. 헤어진 커플들이 한 집에 모여 또 다른 인연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아 시청자들의 과몰입을 유발했던 연애 리얼리티. 도대체 이 연애 리얼리티가 만들어내는 과몰입의 요인은 뭘까.

◆자극보다 더 센 멜로 감성

'환승연애'는 시즌1이 나온다고 했을 때부터 어딘가 '센 리얼리티 예능'이 아닐까 하는 추측들이 나왔던 게 사실이다. 설정 자체가 그렇다. 일단의 남녀가 한 집에 모여 서로 관계를 맺어가며 조금씩 변화해가는 감정을 들여다보는 연애 리얼리티는 이미 채널A '하트시그널'이 일찍이 보여준 바 있다. 마치 멜로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섬세하게 포착되는 장면들 속에서 남녀의 눈빛이나 짧은 스킨십에 다양한 감정적 포인트를 실음으로써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연애 리얼리티의 세계.

그런데 '환승연애'는 여기에 하나의 강력한 설정을 얹었다. 그건 출연자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헤어졌던 연인이라는 설정이다. 그러니 시청자들은 상상하게 된다. 헤어진 전 연인이 다른 이성과 가까워지는 광경을 바라봐야 하는 자극적인 장면들.

하지만 이러한 예상을 깨고 '환승연애'는 자극보다는 보다 더 강력한 멜로 감성을 담아냄으로써 방영 내내 화제가 됐다. 티빙 오리지널로서 가장 성공한 시리즈로 꼽히기도 했다. 어떻게 이른바 'X'로 통칭되는 전 연인들이 한 공간에 머물며 관계를 맺어가는 이야기가 자극이 아닌 멜로 감성으로 바뀌었는가는, 이 연애 리얼리티가 초반에 보여주는 '내 X를 소개합니다'라는 미션만 보면 단박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시즌1에 이어 더 감성적인 광경을 담아낸 시즌2의 이 미션에서 출연자들은 전 연인이 자신을 소개하며 쓴 글을 읽으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수는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사랑했던 연인입니다. 사랑이라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또 얼마나 아플 수 있는지 알려준 고마운 사람입니다. 지수는 늘 사랑스럽고 귀여운 표정으로 주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고 가끔은 파워풀한 힙합 춤을 춰서 반전의 매력을 주기도 합니다. 지수가 가끔 나 얼마큼 사랑해 라는 질문을 할 때가 있는데 창의적이고 센스 있는 답변을 미리 준비해 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전 연인이 자신에 대해 소개하는 글. 여기서 우리는 떠올리는 영화 한 편이 있다. 바로 '엽기적인 그녀'다. 견우(차태현)가 그녀(전지현)와 헤어지면서 던지는 명대사가 그것이다. "술은 절대 세 잔 이상 먹이면 안 되고요. 아무나 패거든요. 그리고 카페 가면 콜라나 주스 마시지 말고, 커피 드세요. 가끔 때리면 안 아파도 아픈 척 하거나 아파도 안 아픈 척 하는 거 좋아해요…."

헤어지면서 앞으로 만날 또 다른 인연에게 해주는 그 말 속에는 바로 견우 자신이 얼마나 그녀를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는가가 담겨진다. '환승연애'는 바로 이 감성을 건드리는 멜로의 포인트를 전 연인들이 함께 등장하는 연애 리얼리티 속으로 채워 넣었다. 말초적인 자극이 아니지만, 자극보다 더 센 과몰입을 유발한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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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환승연애2'의 한 장면. 티빙 제공

◆연애 리얼리티에 담긴 추리요소

'환승연애'는 전 연인, 즉 X가 함께 한 집에서 생활한다는 설정으로 또 하나의 중요한 전제를 요구했다. 그건 전 연인들이 자신들의 X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는다는 전제다. 그래서 그들은 물론 사전만남으로 출연을 하게 된 이유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지만, 본격적으로 한 집에 들어와서는 서로 모르는 척 연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러한 룰은 제작진에 의해 제시된 것이지만, 새로운 인연을 지지한다는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에 따른 것으로 합리적인 선택이라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이렇게 서로가 X를 숨긴 채 한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그 과정은 이를 모니터로 들여다보며 다양한 정서적 공감의 멘트들을 쏟아내는 스튜디오의 MC들(쌈디, 이용진, 김예원, 유라+게스트 MC)에게는 누가 누구의 X인가를 추리하기 위해 과몰입하게 되는 상황들을 만들었다. 그건 당연히 시청자들이 가진 궁금증을 대리하는 역할이었다.

이로써 이 연애 리얼리티는 특이하게도 그저 출연자들의 감정이 어떻게 움직이고 그들의 관계가 어떻게 진전되는가를 바라보는 것과 동시에, 그 출연자가 과거에 만났던 연인은 누구였는가를 추리하는 두 방향의 힘이 부딪치게 됐다. 하나의 이미 헤어진 연인들이 새로운 인연을 만나 앞으로 나가는 방향이라면, 다른 하나는 헤어졌지만 이 공간에서 다시 만나 옛 추억들을 떠올리고 그래서 다시 과거로 되돌아가고픈 방향이다.

앞으로 나가려는 흐름과 과거로 되돌아가려는 흐름이 맞물리면서 이 연애 리얼리티는 보다 복합적인 감정들이 충돌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시즌2에서 2회 만에 전 연인이었음이 밝혀진 원빈과 지수의 관계는 그래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리게 만들기도 했다. 즉 여전히 원빈에게 마음이 있어 보이는 지수와는 사뭇 다르게, 새로운 인연을 꿈꾸는 원빈의 모습이 교차 편집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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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환승연애2'의 한 장면. 티빙 제공

◆젊은 세대들의 색다른 연애

'환승연애'는 설정 자체에 전 연인들이 함께 생활한다는 다분히 강한 '의도'가 들어있는 연애 리얼리티다. 이런 상황은 사실상 실제 현실에서는 거의 벌어지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이렇게 판타지에 가까운 설정이 제시된 연애 리얼리티이기 때문에 그만큼 제작진의 개입(물론 그건 합리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가능하다)이 허용된다. 예를 들어 여기서 호감을 갖게 된 다른 이성에 대해 그의 X에게 '비밀의 방'에서 채팅을 통해 다양한 정보들을 묻는 미션 같은 것들이 그렇다. 이것 역시 현실에서 벌어지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 연애 리얼리티의 기획의도에 합당하기 때문에 출연자들도 또 시청자들도 선선히 받아들인다.

흥미로운 건 이렇게 허용된 제작진의 개입(?)으로 인해 '환승연애'는 '누가 누구의 X인가' 같은 궁금증을 놓고 시청자들과 밀당을 벌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번 '환승연애2'에서도 애초 너무나 분명하게 전 커플이라며 쏟아져 나왔던 추측들이 뒤집어지는 반전으로 이를 관찰하던 MC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들 또한 멘붕 상태로 만들어버리기도 했다.

이게 가능해진 건 제작진에 의해 의도적으로 '커플처럼 보이게 만드는' 영상 구성과 편집이 트릭으로 들어가게 되면서다. 즉 '환승연애'는 출연자들끼리의 감정을 갖고 나누는 밀당도 관전 포인트지만, 제작진과 시청자들이 추리를 두고 벌이는 밀당 또한 흥미진진한 관전 포인트가 되었다.

여기서 중요해지는 건 결국 출연자들이다. 어떤 매력적인 출연자들이 등장하느냐는 프로그램의 성패를 가르는 관건이 되는데, 그건 외모는 물론이고 심성 또한 중요한 요소다. 무엇보다 헤어진 연인이 다른 이성을 만나는 것을 눈앞에서 보며 가슴 아파하면서도, 동시에 그 행복을 빌어주는 착하면서도 쿨한 심성을 가진 출연자여야 이 프로그램은 질척하지 않은 풋풋함이 유지된다.

어찌 헤어진 연인이라고 해서 미련이 없을까. 하지만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앞으로 나가는 것이 우리네 삶의 관계일 것이다. 다만 그 이별과 만남의 과정들이 얼마나 아름답게 채워질 수 있는가가 그 관계들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환승연애2'는 쿨한 젊은 세대들의 색다른 연애를 가져와, 보다 아름다운 관계의 정경들을 담아내는 면이 있다. 시청자들은 아리지만 아름다운 그 정경에서 관계의 본질을 보고 있는 중이다.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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