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연미 디자이너의 세계 명품 이야기] (1)명품 브랜드 가치 선도하는 ‘루이비통’

위·아래 평평한 여행용 트렁크 '제국의 시작'
목공·식당 일하던 루이 비통 파리서 트렁크 제작 일 견습…황후에 실력 인정받아 창업
귀족 주문 쇄도에 사업 확장…L·V 시그니처로 모조품 방지, 거대 명품 제국 'LVMH' 시초

루이비통 카퓌신 백. 현대 미술작가 6인의 아트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
루이비통 카퓌신 백. 현대 미술작가 6인의 아트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으로 세계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명품 시장의 매출은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으며, MZ(밀레니얼 세대(M)와 Z세대(Z)를 통칭하는 말)세대가 핵심 소비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국내의 명품 브랜드 시장의 성장세는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영국 컨설팅 회사 브랜드 파이낸스가 선정한 2021년 패션 브랜드 가치 순위에서 명품 부분 1위를 차지한 루이비통은 지난해 수차례 가격 인상에도 국내 명품 브랜드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세계 최고의 명품 제국 LVMH(루이뷔통 모엣 헤네시(Louis Vuitton - Moët Hennessy) 그룹의 대표 브랜드인 루이비통은 여성 및 남성 의류, 가죽 제품, 슈즈 및 액세서리, 등의 라인을 전개하고 있으며 장인정신으로 만들어낸 루이비통 하우스만의 전문성에 대하여 알아보자.

루이비통의 경영 계승도 (출처: www.malle2luxe.fr/malle-louis-vuitton)
루이비통의 경영 계승도 (출처: www.malle2luxe.fr/malle-louis-vuitton)

◆여행용 트렁크에서 시작된 루이비통의 위대한 여정

창업자 루이비통은 1821년 프랑스 동부 쥐라 지방의 앙셰마을 목공소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나무 다루는 방법을 배웠다. 열 살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의 재혼을 계기로 열네 살에 집을 떠나 목공소와 식당 일을 하면서 2년에 걸쳐 1837년 파리에 도착했다.

파리에 도착한 루이비통은 상류층 고객들의 옷과 귀중품을 넣을 수 있는 박스 케이스를 제작하는 최고의 트렁크 제작자 무슈 마레샬의 견습공으로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귀족들에게 실력을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외제니 드 몽티조(프랑스 황제인 나폴레옹 3세의 부인) 황후의 전담 짐 꾸리는 사람이 되었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외제니 황후의 후원으로 1854년 파리의 카퓌신 4번가에 첫 상점을 오픈한 것이 루이비통의 브랜드의 시작이다.

루이비통의 최초로 제작한 그레이 크리아농 캔버스(좌)와 다미에 캔버스 트렁크(우) (출처: kr.louisvuitton.com)
루이비통의 최초로 제작한 그레이 크리아농 캔버스(좌)와 다미에 캔버스 트렁크(우) (출처: kr.louisvuitton.com)

당시 여행용 트렁크는 여러 개를 쌓기 어려운 형태로 윗부분이 둥글고 매우 무거워 철도나 배로 실어 나르기에 불편했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포플러 목재와 캔버스 천에 풀을 먹여 방수성을 높이고 바닥과 상단이 모두 평평한 첫 번째 제품 '그레이 트리아농 캔버스'를 제작하였다.

루이비통 하우스 직원들과 빈티지 트렁크
루이비통 하우스 직원들과 빈티지 트렁크

◆차별화를 위한 루이비통의 시그니처 모노그램 탄생

루이비통의 트렁크는 귀족들에게 각광받으면서 주문이 쇄도하자 사업을 확장하여 1859년 매장과 별도로 파리 근교에 위치한 아니에르에 첫 번째 공방을 개점하였다. 트리아농 캔버스가 큰 인기와 함께 모조품이 생겨나자 방지책으로 1876년부터 베이지와 브라운 색의 줄무늬를 넣어 제작하였다.

그 이후 1888년 '다미에 캔버스' 문양을 런칭하고 1896년 루이비통의 이니셜인 L과 V,

꽃과 별의 조합으로 모노그램 캔버스(1896년)를 그의 아들인 조르주 비통이 고안하여 세계적인 특허로 등록하였다.

1892년 창업자인 루이 비통이 사망하고 그의 아들 조르주 비통이 경영권을 이어받게 되었고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여행의 수단이 기차와 배에서 자동차로 바뀌게 되면서 트렁크보다 작고 실용적인 가방 제작에 주력하기 시작하였다.

루이비통 초기의 가방 디자인, 왼쪽부터 스티버 백(1901), 키폴 백(1924), 스피디 백(1930), 알마 백(1934) (출처: kr.louisvuitton.com)
루이비통 초기의 가방 디자인, 왼쪽부터 스티버 백(1901), 키폴 백(1924), 스피디 백(1930), 알마 백(1934) (출처: kr.louisvuitton.com)

1901년 스티머 백(Steamer bag)을 시작으로 1924년 키폴 백(Keepall bag), 1930년 스피디 백(Speedy bag), 1934년 알마 백 등을 다양한 가방 라인을 전개했다. 1885년 첫 번째 해외 매장을 영국 런던 옥스퍼드 거리에 오픈했고, 이후 뉴욕, 워싱턴 등 매장을 확장했다. 1913년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세운 7층짜리 매장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여행용품 전문 매장이었다.

1936년부터는 조르주 비통의 아들인 가스통 루이 비통이 사업을 이어받아 전통을 유지하면서 제품의 다양화를 추구하여 일상에서도 필요한 가죽제품 등을 선보이며 사업을 확장했다.

루이비통의 다미에 문양과 LV 모노그램 (출처: www.malle2luxe.fr/malle-louis-vuitton)
루이비통의 다미에 문양과 LV 모노그램 (출처: www.malle2luxe.fr/malle-louis-vuitton)

◆명품 제국 LVMH 그룹의 시작과 마크 제이콥스의 영입

1977년부터 가스통의 사위 앙리 라카미에가 이끌면서 뉴욕 57번가와 세계 전역에 루이비통 직영점을 열고 경영을 맡은 지 7년 만에 루이비통의 매출은 15배로 성장했다. 앙리 라카미에는 샴페인과 코냑 제조업체인 모에 헤네시와 루이비통 패션 하우스의 합병으로 거대한 명품 제국 LVMH(루이뷔통 모엣 헤네시) 그룹을 설립했다.

두기업의 경영은 기대와 달리 다툼이 이어지고 당시 크리스챤 디올(Christian Dior)을 인수하여 명품 분야 사업을 시작한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에게 1989년 1월 인수되어 경영권이 넘어갔다.

LVMH 그룹은 현재 70개 이상의 명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패션 브랜드로 크리스챤 디올, 셀린느, 지방시, 겐조, 펜디 등 유통(백화점과 리조트), 시계, 보석, 화장품, 주류 등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명품 그룹이다.

LVMH 그룹은 "예술로서의 아름다운 삶"과 우아함·창의성을 실현한다는 사명으로 매년 신진 디자이너 육성 사업 및 환경과 사회를 위한 활동의 경영 정책을 실현하고 있다.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루이비통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자 1997년 뉴욕의 스타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를 영입하여 젊은 루이비통의 탄생과 예술을 접목하여 위트 넘치고 재기 발랄한 디자인을 선보이면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마크 제이콥스는 다양한 예술가들과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하였는데 2001년 기존의 모노그램 캔버스 위에 강렬한 형광색 컬러를 활용하여 '모노그램 그라피티'를 표현한 스테판 스프라우스, 2003년에는 경쾌한 멀티 컬러와 대중적인 만화 캐릭터를 사용하여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던 무라카미 다카시, 리처드 프린스와 쿠사마 야요이 등 저명한 아티스트와의 협업으로 다채로운 컬렉션을 선보였다.

루이비통 × 나이키
루이비통 × 나이키 '에어 포스(Air Force)1'의 콜라보레이션

◆ 루이비통의 새로운 수장 니콜라 제스키에르와 버질 아블로

2013년 16년 동안 루이 비통을 이끈 마크 제이콥스가 떠나고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영입되었다. 제스키에르는 1995년 발렌시아가에 입사한 후 1997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어 구조적인 실루엣으로 혁신적인 컬렉션을 선보이면서 패션계의 새로운 스타 디자이너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2001년 미국 패션디자이너협회(CFDA)가 선정하는 "세계 디자이너" 상을 수상했으며, 2007년에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 예술 공로 훈장 기사장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제스키에르가 루이비통 컬렉션에서 선보인 첫 번째 백 '쁘띠뜨 말'은 전통적인 트렁크를 미니어처 사이즈로 제작한 디자인으로 루이비통의 새로운 시그니처 아이템이 되어 매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2022 루이 비통 가을·겨울 여성 컬렉션은 역사상 처음으로 오르세 미술관에서 개최된 이번 패션쇼는 중앙 홀과 쿠르베 갤러리를 중심으로 무대 연출이나 특별한 장치 없이 멋진 예술 작품과 조화를 이룬 런웨이 무대였다.

루이비통을 변화시킨 또 한 명의 디자이너가 있다. 2021년 11월 암 투병 끝에 4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루이비통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버질 아블로이다. 스트리트 스타일의 명품 브랜드 '오프-화이트(Off-White)'의 디렉터로 활동해 오던 중 2018년 루이비통의 남성복 레디-투-웨어 라인의 디렉터로 임명되어 다양한 컬렉션들을 전개했다.

루이비통 글로벌 앰버서더 BTS(방탄소년단)의 2021 가을·겨울 남성복 컬렉션(출처: kr.louisvuitton.com)
루이비통 글로벌 앰버서더 BTS(방탄소년단)의 2021 가을·겨울 남성복 컬렉션(출처: kr.louisvuitton.com)

버질 아블로의 루이 비통 x 나이키 협업 에어 포스(Air Force) 1'의 콜라보레이션 컬렉션은 런칭되기 전부터 큰 인기를 끌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세계적인 경매회사 소더비의 단독 경매로 한정판 200켤레와 오렌지 컬러의 루이 비통 파일럿 케이스가 함께 경매에 붙여졌다. 경매 수익금은 버질 아블로가 생전에 설립한 디자이너를 꿈꾸는 흑인 학생들을 지원하는 포스트 모던 장학재단에 전액 기부했다.

루이비통의 핸드백 컬렉션
루이비통의 핸드백 컬렉션

◆ 현대 미술작가 6인의 '아티 카퓌신'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

현대 미술작가 6인의 협업 프로젝트 '아티 카퓌신 3'은 루이비통의 뉴 클래식 카퓌신 백을 활용하여 6인 작가의 창의적인 감성을 담은 아트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로 200개의 한정판 에디션으로 진행되었다.

2019년을 시작으로 2020년에 성공적으로 끝나 2021년 세 번째 프로젝트를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가치를 담은 카퓌신 백에 현대 미술 작가들의 개성이 넘치는 독특한 작품을 선보이며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루이 비통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패스트 패션과 수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코로나로 인해 폐업을 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우리에게도 루이비통과 같이 오랜 역사와 시대를 함께 할 수 있는 명품 브랜드가 탄생하길 바란다.

박연미 디자이너 명장,디모먼트 디자이너
박연미 디자이너 명장,디모먼트 디자이너

박연미 디자이너 명장,디모먼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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