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 아이들 중심에 둔 숙의부터

교육부가 이르면 2025년부터 만 6세인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방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면서 여론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대선 공약이나 국정 과제에도 없던 것이 갑자기 나오자 혼란스럽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입학 연령을 앞당겨 영·유아 단계의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사회 진출 연령도 낮추겠다는 취지다. 인구 급감 관련 해법과 맞물려 나온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인구 증가세가 정점에 다다르며 정부로서도 일견 합당한 카드로 보였을 거라 짐작된다. 학령인구(6~21세) 감소세는 가파르다. 2020년 788만8천 명이던 학령인구가 2025년엔 694만 명 수준으로 떨어진다. 5년 사이 100만 명 가까이 줄어든다. 결국 사회 진출 시기를 앞당기는 복안이 학제 개편 요구와 결부돼 나온 정책으로 보인다. 자연스레 생산 가능 인구를 늘릴 수 있다는 계산으로 연결된다.

그럼에도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심사숙고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의 계획대로면 학제 개편 전환기가 될 4년 동안 만 5세 아이들의 25%가 만 6세 아이들과 함께 입학하게 된다. 사교육 활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와 부당한 경쟁이라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이런 걱정을 의식한 듯 1일 아침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대안을 내놨다. 12년에 걸쳐 13개월 단위로 한 학년을 만드는 구상이다. 그러나 같은 나이대 친구라는 사회적 통념을 깬다. 졸속 추진이라는 인상만 강해진다.

정부는 학부모, 교육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공감대가 형성되면 국가교육위원회 논의를 거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그래도 익숙했던 시스템을 바꾸는 건 거부감이 크다. 아이들의 전 생애에도 깊은 영향을 미치기에 교육적·정서적 측면을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만 6세 취학은 1949년부터 70년 넘게 유지돼 온 것이다. 한 번 개편하면 다시 바꾸기도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런 만큼 사회적 합의는 필수다. 이번 정권에서 반드시 풀겠다는 짐을 내려놓고 숙의의 기간을 충분히 가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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