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트렌드경제] 감기만 했는데 흰머리가 까맣게?…'새치 샴푸' 열풍

사과 산소 만나는 갈변 원리, 한방성분·염료 '자석 원리'로 모발 흡착시키는 방식도 활용
타르 색소·123-THB 성분 등 제품 성분 유해성 논란 여전…일부 피부 민감 현상 발생도

자연 갈변 샴푸가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올 들어
자연 갈변 샴푸가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올 들어 '손쉬운 새치 케어'를 표방하는 다양한 새치커버 기능성 제품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사진은 3일 대구의 한 대형마트 진열대를 차지한 새치 샴푸의 모습. 2022.08.03 홍준표 기자 pyoya@imaeil.com

60대 초반 김희숙 씨는 두 달 전 TV 홈쇼핑에서 거금을 들여 일명 '새치 샴푸'를 구매했다. 그간 흰머리가 희끗희끗 올라와도 가까이 사는 딸이 사위 새치 염색을 해줄 때에야 같이 염색을 해줬는데 이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어서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에 주문했다. 하지만 이후 나날이 색이 변하는 흰머리를 보며 흐뭇함을 느꼈다. 그리고 한 달 전 사위에게도 새치 샴푸 사용을 권했다. 자신이 두 달이 되도록 염색 한 번 하지 않았다며 모임을 함께 하는 친구들에게도 '강추'하고 있다.

탈모 증상 완화에 집중했던 샴푸업계가 새치 커버 기능으로 '경쟁 2막'을 열었다.

올 들어 이정재, 손지창·김민종, 장민호 등 인기 연예인을 광고 전면에 내세우는 등 시장 공략에 한창이지만 새치 샴푸가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일으키는 지점은 단순하다.

매일 사용하는 샴푸만으로 흰머리를 검은색이나 갈색으로 손쉽게 염색할 수 있다는 편의성 때문이다. 염색을 하러 일부러 시간을 낼 필요도 없고, 염색약으로 모발이 상할 일도 없다. 매번 흰머리 염색을 하기 어려운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스트레스성 새치를 겪는 2030세대까지 거의 모든 연령층에서 호응을 얻는 이유다.

실제 30대 후반 자영업자 김고운 씨는 "영업을 하면서 깔끔한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느껴 미용실을 갈 때면 이발과 뿌리 염색을 함께 했다"면서 "씻을 때 샴푸를 헹구지 않고 양치, 면도, 세안 후 머리를 헹구는 것으로 순서만 바꾸면 되는데 마다할 이유가 있겠나. 게다가 새치 샴푸가 일반 샴푸에 비해 비싸다지만 염색에 드는 비용, 모발 케어 등을 생각하면 딱히 돈이 더 든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이 같은 인기는 판매 실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올해 들어 CJ온스타일과 GS샵에서만 약 130억원어치가 판매됐고, 올리브영에서는 4월 새치 샴푸 판매량이 전달보다 44% 증가했다.

대구에서도 이마트 기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새치 샴푸 매출이 전년도에 비해 27% 신장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사진(무료 이미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사진(무료 이미지)

◆흰머리를 까맣게 새치 샴푸, 춘추전국시대

시장 선점 브랜드는 '모다모다'다.

2013년 봄 이해신 KAIST 화학과 교수가 독한 염색약을 쓰며 눈 시림과 두피 자극으로 고생하는 어머니를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바나나와 사과가 산소를 만나 까맣게 변하는 갈변 현상을 응용해 샴푸만으로 새치를 감출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를 낸 게 시작이다. 그리고 지난해 일반 샴푸와 염색약 사이 새치 샴푸 시장이란 틈새시장을 파고들며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이에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국내 대형 뷰티 기업도 비슷한 제품을 잇달아 출시했다.

이렇듯 다양한 제품이 나오고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최근에는 탈모 증상 완화 기능성에 뿌리 볼륨케어와 새치커버 기능을 더한 제품이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종근당, 일동제약 같은 전통의 제약회사도 관련 제품을 내놓는 등 기능성 샴푸 경쟁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새치 샴푸 제품은 기본적으로 제품에 포함된 성분과 적용된 기술을 이용해 모발을 어둡게 만든다.

크게 염색약 성분이 미량 포함된 '염색 샴푸'와 코팅, 갈변 등 기술적 원리를 적용해 모발을 어둡게 만드는 '새치 샴푸'로 구분되는데 통칭 새치 샴푸라고 부른다. 이밖에도 염모제에 거품을 첨가해 샴푸처럼 사용하는 거품형 염모제도 새치 케어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새치 샴푸에는 제품별로 다양한 기술력이 적용됐다.

주요 기술로는 갈변 원리를 활용한 방식을 비롯해 식물 추출 성분을 모발에 침투시켜 색을 바꿔주는 방식, 한방성분과 새치커버 염료를 자석의 원리를 이용해 모발에 흡착시키는 방식, 봉숭아 물을 들일 때 주황색 염료가 더욱 선명하고 오래가도록 백반을 매개로 사용하는 원리에서 착안해 모발에 염료를 결합하는 방식 등이 있다.

◆새로운 제품이 불러온 새로운 논란, 안전성

새로운 제품의 등장은 항상 안전성 논란을 몰고 온다. 새치 샴푸도 마찬가지다. 당장 지난달 말 모다모다와 이 제품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유해성분을 두고 날 선 '여론전'을 펼쳤다.

모다모다는 지난달 27일 '식약처 보도자료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중소기업이 미국에서 권위 있는 상을 받은 성과에 대해 식약처가 이틀 연속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그 결실을 무력화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은 같은 달 13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뷰티 박람회 '코스모프로프'에서 모다모다의 새치 샴푸가 헤어 분야 1위로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이와 관련해 한 언론은 25일에 핵심 기술을 개발한 이해신 교수 인터뷰를 게재했는데 이 교수는 인터뷰에서 "제품의 안전성을 인정받았다", "코스모프로프에서 주최 측이 제품 성분과 효능을 면밀하게 검토해 수상자를 정한다"고 했다.

그러자 식약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2,4-트리하이드록시벤젠(THB)의 안정성을 평가한 사실이 없다"며 "코스모프로프 누리집에 게재된 수상 기준 중 안전성은 없다"고 반박했다.

식약처는 이튿날에도 "최근 THB 성분의 미국 상황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추측성 주장이 있다"며 "FDA는 THB 성분의 안전성을 평가한 사실이 없다고 알려왔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렇듯 현재 국내 출시 새치 샴푸에 포함된 주요 성분 중 논란이 있는 성분으로는 124-THB을 비롯해 2-아미노-6-클로로-4-나이트로 페놀, 타르 색소, 톨루엔-2, 5-다이아민설페이트 등이 있다.

124-THB는 미국, 호주 등 일부 국가에서 허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유럽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제조 금지, 올해 6월부터는 전면 판매를 금지했다.

2-아미노-6-클로로-4-나이트로 페놀은 일시적 염모 효과를 나타내는 성분으로 피부가 후천적으로 민감해지는 현상인 감작성 부작용의 위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식약처 기준에 맞춰 주로 흑채나 헤어쿠션 등에 쓰인다.

타르 색소와 톨루엔-2, 5-다이아민설페이트 두 성분 모두 알레르기나 감작성 부작용 위험이 있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식약처 고시 배합 한도 내에서 화장품 원료로 쓰인다.

자연 갈변 샴푸가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올 들어
자연 갈변 샴푸가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올 들어 '손쉬운 새치 케어'를 표방하는 다양한 새치커버 기능성 제품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사진은 3일 대구의 한 대형마트 진열대를 차지한 새치 샴푸의 모습. 2022.08.03 홍준표 기자 pyoy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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