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대구미술관 '다니엘 뷔렌' 전시 개막식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프랑스 대사관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눌 기회가 있어, 대구예술발전소를 소개했다. 당시 진행 중인 전시를 설명하면서 참여 작가 중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탈리아 출신 작가와 이스라엘 출신 작가를 구분하며 언급했다. 이때 문화원장이 말하길 '프랑스에서는 현재 프랑스에 살고 있으면 모두 프랑스 인이지요.'하며 웃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잠시 멈칫했다.
그의 말에 100% 인정하는 것은 아니나 사실 그들의 역사에서 고흐, 피카소가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분명 프랑스만의 외국인을 수용하는 미덕이 있다. 반면 대구는 어떤가. 대구에서 미술인들을 만나면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범위 관련해서 설왕설래할 때가 종종 있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전업 작가와 대구 출신은 아니나 대학교수가 되어서 대구에서 살게 된 작가, 다른 지역에서 태어나 현재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 혹은 대구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졸업하고 서울이나 타지에서 활동하는 작가, 최근까지 대구에서 활동하다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간 작가 등등, 어디까지 대구 작가로 규정할 것인가이다. 사실 이러한 분류가 너무 낯설고 안타깝다. 어찌 되었건 대구를 교집합으로 하는 작가들이 수백 수천 명도 아닌데, 굳이 나눠서 제외할 필요가 있을까.
최근 K팝과 드라마 한류 열풍은 세계적이다. 이에 다른 장르에서도 K-열풍에 합류하길 기대한다. 또한, 대구에선 동시대의 D-콘텐츠에 반영시킬 수 있는 작가는 누구인지 묻는다. 근대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대구예술인들을 자랑스럽게 떠올리며, 지금은 어떤 작가나 예술인이 있는지 묻는다. 분명히 참신하고 유능해서 역사에 남을 작가들이 있다. 그런데 대중성이 반영된 K팝과 드라마는 현상에 들어맞고 대중적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측면에서 시대의 거울과 같다.
당장에 한국을 혹은 대구를 대표하는 동시대 작가 1인을 언급해서 이야기하기에는 시대적 평가와 전문가들의 다양한 평가가 좀 더 주된 역할로 뒷받침되어야 하기에 다른 관점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문제는 젊은 작가들에게 재료나 제작의 범위가 달라진 미술 환경에서 열정페이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동시에 개인에게 국한된 역량을 발휘하고 인정하기에는 무대가 너무 커졌다. 한마디로 작가들이 삼삼오오 모여 기획하고 도모해서 뭔가를 보여주기에는 약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미술관 같은 공공기관의 역할이 커졌고, 무언가를 선보이기엔 조직적이어야 가능하고 큰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작가 혼자만 작업실에서 열심히 작업만 한다고 인정받는 세상이 아니게 되었다.
한 예로 인도 출신의 영국 작가 아니시 카푸어, 어머니는 프랑스인이나 아버지는 유대인 출신의 프랑스 작가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이들 모두 각국에서 키운 작가들이다. 그랑팔레에서 선보인 이 들의 전시에 투입된 예산은 각 10억이 넘는다. D-콘텐츠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차별이 없는 무대에서 능력 있는 작가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해야 한다. 단순히 장소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예산을 확보해 작가가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과 공공기관의 역할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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