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리그 2위→팀 13연패…'롤러코스터 감독' 허삼영, 32년 인연 삼성과 작별

감독 2년차, 6년 만의 가을야구 이끌었지만…올해 악재 속 부진에 결국 자진사퇴
코치 경력 없이 '전력분석 전문가'로 2020년부터 삼성 지휘

14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kt wiz의 경기. 삼성 허삼영 감독이 경기 시작 전 국민의례가 끝난 후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kt wiz의 경기. 삼성 허삼영 감독이 경기 시작 전 국민의례가 끝난 후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허삼영(50) 전 감독이 32년간 몸담았던 삼성 라이온즈를 자기 발로 떠났다. '파격 인사'로 발탁돼 팀을 위기에서 건져낸 영웅에서 기나긴 부진을 책임져야 할 무능한 지휘관으로, 삼성을 세 시즌 가깝게 책임진 허 전 감독에 대한 평가는 롤러코스터처럼 극과 극을 오갔다.

허 전 감독과 삼성의 인연은 1991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투수 출신인 허 전 감독은 당시 삼성 고졸 연고구단 자유계약 선수로 입단해 5년간 현역으로 뛰었다. 화려한 스타플레이어는 아니었다. 현역 시절 허 전 감독은 강속구 투수로 주목받았지만,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일찍 마쳤다. 1군 통산 성적은 4경기, 2⅓이닝, 평균자책점 15.43으로 초라한 편이었다.

그러나 성실함을 인정받은 허 전 감독은 1996년 훈련지원요원으로 삼성 라이온즈에 입사했다. 1998년 이후에는 전력분석 업무를 담당하며 KBO리그에서 손꼽는 전력분석원으로 자리매김했다.

2019년 9월 30일, 새 감독을 찾던 삼성은 코치 경험이 전무한 그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파격인사였기에 팬들 뿐 아니라 야구계에서도 화제가 됐다.

그는 전력분석 전문가 출신답게 철저히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선수 기용과 경기 운영을 선보였다. 허 전 감독은 2020년 144경기에서 10개 구단 중 두 번째로 많은 137개의 공격 라인업을 내밀며 다양한 실험을 했다. 당시 삼성은 8위로 시즌을 마감했지만, 팬들의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엔 충분했다.

사령탑 2년차를 맞은 2021년에는 허 전 감독의 지도력이 빛을 발한 시점이다. 그는 삼성을 정규리그 2위에 올려놓으며 6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삼성은 KT 위즈와 나란히 76승 9무 59패를 기록, 1위 결정전까지 치른 끝에 아쉽게 2위가 됐다.

그러나 올해 들어 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부상이 가장 큰 이유였다.

개막을 앞두고 주축 선수들이 코로나19에 확진됐고, 이후 구자욱, 김상수, 양창섭, 김지찬, 이재현, 데이비드 뷰캐넌, 백정현 등이 부상자 명단(IL)에 올랐다. 이에 허 전 감독은 "부상자 관리도, 결국 감독의 책임"이라며 자책하기도 했다.

여기에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이면서도 부진에 빠진 선수를 꾸준히 선발 라인업에 넣는 '경직된 선수 기용'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결국 허 전 감독이 이끈 삼성은 역대 최다인 13연패에 빠졌고, 팀은 9위까지 내려앉았다. 팬들은 허 전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며 트럭시위를 벌이기까지 했다.

결국 허 전 감독은 개인 통산 178승 16무 188패, 승률 0.486의 성적을 남기고 지난 1일 사령탑에서 내려왔다. 동시에 30년 넘게 이어온 삼성과의 인연도 매듭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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