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사드 3不’ 계승하라는 중국의 시대착오적 중화 패권주의

정재호 신임 주중 대사가 1일 "상호 존중은 한중 수교 공동성명에 기재된 핵심 원칙"이라며 "양국이 서로의 안보 주권과 민생 그리고 정체성을 존중하는 관계로 발전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 중 '안보 주권' 언급은 최근 중국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한·미·일 군사협력을 하지 않으며,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문재인 정부의 '3불(不) 정책' 계승을 요구한 데 대해 '우리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3불 정책은 우리가 중국과 약속하거나 합의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안보 주권과 관련된 사안이라 당연히 우리 판단으로 결론 내려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틀 뒤 "한국은 2017년 사드 문제에 대해 정중한 입장을 밝혔고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며 "새 관리는 과거의 부채를 외면할 수 없다"고 했다. 문 정부의 '3불 정책'을 윤석열 정부가 이행하라는 것이다.

용납할 수 없는 '안보 주권' 침해다. 사드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방어 무기이다. 한국 내 사드 배치는 중국이 자초했다. 중국이 북한을 압박해 핵·미사일 개발을 못 하도록 했으면 사드를 한국에 배치할 필요가 없었다. 한·미·일 군사협력과 미국 MD 참여도 우리가 결정할 사안이지 중국이 '이래라 저래라' 할 문제가 아니다.

문 정권의 '3불' 입장 제시는 군사 주권 포기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적 수치였다. 그러나 '3불'은 약속이나 합의가 아니었다. 이는 문 정부도 확인해 줬다. 3불 협의를 주도한 남관표 전 국가안보실 차장,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모두 "정부의 입장 표명일 뿐"이라고 했다.

중국은 국력이 커지자 시대착오적 '중화 패권주의'로 회귀하고 있다. 시진핑이 "한반도는 중국의 일부였다"고 한 것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이런 오만을 우리는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3불 정책' 이행 요구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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