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北核 맞서 자주국방 외치는 이재명 의원, 우크라이나가 안 보이는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국회 국방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벌인 설전이 기가 막히다. 그는 이 장관에게 "여전히 미군이 없으면 (우리 군이) 북한 전력에 밀린다, 진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었다. 장관이 "북한 핵까지 고려한다면 우리들은 심각하게 봐야 한다"라고 답하자 핵은 제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질 전투력으로 비교해야 하는데 지금 충분히 대한민국 전비 수준이 (북한을) 감당할 만하다. 외국 군에 의존하지 않아도 자주국방이 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야당 대표직을 노리는 그의 안보 인식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미군에 의존하지 않고 자주국방이 가능하다는 그의 주장은 원화가 세계 기축통화가 될 수 있다는 주장만큼이나 근거 없는 자긍심으로 똘똘 뭉친 얘기다. 상수로 있는 북한의 핵을 제외하고 국방력을 논하는 건 오산한 수식과 같다. 자주국방이 싫어서 한·미·일 공조를 붙드는 게 아니다. 국민의 안온한 삶을 우선시하는 정치인이라면 안보 상황을 엄중히 봐야 한다. 북핵을 애써 외면하는 이유가 뭔가. 우크라이나의 교훈을 이재명 의원만 모르는 것인가. 허술한 방위가 강대국의 침략을 부른다는 건 역사의 오랜 가르침이다.

그의 발언은 미군 철수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더욱 우려스럽다. 특히 한·미·일 공조를 군사 주권 위탁으로 오인하고 있는 데서는 어안이 벙벙해진다. 그는 "독립국가인데 군사 주권을 다른 나라에 위탁하거나 공유하는 나라가 우리 빼고 어디 있느냐"고도 했다. 북핵 위협에 방어 우산으로 펼친 것이 한·미·일 공조다. 북한이 한미 합동 군사훈련에 날카롭게 반응했다는 사실도 설마 잊은 것인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는 건 필수 과정이다. 단, 안보와 관련해서는 예외다. 국가의 안위가 타협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 정치인의 소신도 중요하지만 안보 위협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면 그에 우선할 수 없다. 오랜 우방의 신뢰를 다시 두텁게 쌓아가야 할 때 억지 주장을 늘어놓는 것은 국가 안보에 걸림돌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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