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대를 졸업하고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대학원을 마치면 그나마 길이 있을까요?"
지난 가을, 대학 도서관에서 음대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소그룹 독서클럽을 맡아 지도했다. 아주 열성적이었다. 얼마 전 회원 네 명이 우리 집을 방문했다. 함께 피자를 먹고 맥주를 마시며 개인적인 고민, 학교생활 등에 대한 크고 작은 이야기를 했다. 정말이지, 졸업 후 무엇을 하고 살지가 막막하고 불투명한 게 저들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 학생들은 현재 카페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아예 휴학을 하고 사무직에 종사를 하고 있다. 그리고 전공인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는 학생은 고작 한 명에 불과했다.
벌써 20여 년 전의 일이다. 내가 대학 재학생이었을 무렵에도 음악을 포함한 예술을 전공한다고 하면 주위에서 먼저 걱정을 했다. 그래도 당시만 해도 음악대학의 경우 교직 이수 비율이 지금보다 배가 되었고, 피아노를 배우는 학생들도 많았다. 나 역시 대학을 다니며 피아노 과외로 용돈도 벌고 적금 통장도 만들 수 있었다. 피아노 학원에도 쉽게 취직이 되었다. 허나 지금은 어떤가? 영어 전문 유치원은 늘어나도 피아노 학원은 줄어들고, 음악 과목은 중등학교 교육과정의 구색을 맞추는 정도로 보인다. 미술과 체육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 여파로 대학에서도 음악 전공자는 물론 음악대학의 커리큘럼에서 기초와 전공과목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지난 봄, 대구미술관에서는 '나를 만나는 계절'이란 타이틀로 특별 기획 전시가 있었다. '생명을 지니다', '일상을 관찰하다', '나를 바라보다', '세상에게 묻다'라는 4개의 소주제를 통해 관련 작품들을 전시하였다. 음악의 경우에도 네 개의 주제는 유효하다. 음악은 생명의 리듬이다. 신체에는 들숨과 날숨이 있고 사계에도 자연의 리듬이 있다. 나라마다 저마다의 멜로디와 리듬이 있어 리듬을 떠난 생명과 존재는 생각할 수 없다.
일상의 발견은 어떤가. '한 발자국 앞이 무한'이란 말이 있듯이, 자세한 관찰과 관심은 일상이 비일상화되는 순간이다. 거기에 창조와 예술이 있고 숨은 신과 희망이 있는 것이다. 이는 곧 나를 알고 나를 바라보는 일이기도 하다. 지금 왜 여기에서 이 수업을 듣고 있는지 고민해 본 적이 없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다. 자신에 대해 정확하게 알 수 있어야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시야와 힘이 생기는 법. 음악 콩쿨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콘텐츠의 시대다. 학생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면서도 다양한 콘텐츠를 키우며 졸업 후 자신의 일과 연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진작에 모색하고 마련할 필요가 있다.
세상을 향해 묻는다. 나와 세계는 어떻게 분리되고 이어져 있는가. 살만한 세상은 무엇이고 어떻게 가능한가. 예술은 거기에 얼마나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가. 그랬을 때, 특히 음악은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마음의 위로와 치유에 보다 직접적으로 개입하며, 우리들의 정서와 정신 건강에 (부작용도 후유증도 없는) 이만한 치료제가 없다. 낭만주의 작곡가 슈만은 말한다. 음악은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 불을 비춰준다는 것을. 음악인들과 음악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응원한다. 나를 만나는 계절, 다시 팔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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