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론새평] 아시아 실리콘밸리 기회 놓친 대구경북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대구경북의 가장 큰 문제는 미래를 선도할 첨단 주력산업이 없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1인당 개인소득 전국 최하위권, 높은 청년층 유출, 지역 내 인구 소멸 등으로 이어진다. 60여 년 전, 대구경북이 분리되기 전 전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았던 지역이 어쩌다 인구 유출로 지역 소멸까지 걱정해야 하는 위기 상황이 되었는가.

현재 대구경북은 미래산업으로의 개편에서 뒤처진 결과, 섬유산업과 같은 구(舊)산업이 아니면 대기업 N차 벤더 또는 수직적 하청 관계, 대기업 생산 라인 등으로 정리된다. 물론 신(新)산업 육성도 하고 있지만, 대구경북의 미래를 이끌 첨단산업으로까지는 아직 아닌 것 같아 보인다. 이러다 보니 청년 구직자에게 지역의 기업은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다. 연봉뿐만 아니라 미래 비전, 을이 아닌 갑의 위상 등을 감안할 때 대구경북의 기업은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대구경북의 경우도 일찍이 산업구조 개편의 기회가 있었다. 섬유산업으로 시작한 대구경북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그랜드플랜에 의해 산업 재편이 시작되었다. 포항제철과 구미전자공단이 그것이다. 이는 한마디로 말해 섬유산업 이후 제철과 전자산업으로 나가야 한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특히 전자산업에 주목했다. 그래서 구미공단 건설뿐만 아니라 전자공고 등 기능 인력과 경북대 전자공학을 특성화 공대로 선정해 연구 인력도 육성하였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그랜드플랜은 박정희 시대의 종식과 함께 미완성으로 끝났다. 그럼에도 지금 생각해 보면 섬유산업 이후 전자산업으로 산업구조 개편이라는 방향은 옳았다.

대구경북 지역은 이후에도 산업구조 개편의 기회가 또 있었다. IMF 금융위기 직후 김대중 정부에서 특별히 대구경북 지역에 당시 1조 원이라는 자금을 조성해서 지역의 미래에 투자하도록 해주었다. 1조 원이라고 하니 큰돈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25년 동안 인플레와 금융위기 상황에서 돈의 가치를 감안하면 당시로서는 상당한 규모였다. 그런데 그 1조 원이 어디에 투자되었는가. 바로 '밀라노 프로젝트'다.

당시 밀라노 프로젝트는 대구를 섬유패션 도시로 만든다는 계획이었는데, 애당초 황당무계한 발상이었다. 섬유산업은 제조업이지만, 패션산업은 문화산업으로 정신이 자유로운 문화에서 가능하다. 과연 대구경북의 문화가 지금은 말할 것도 없고, 과거에 정신이 자유로운 도시였던가. 고담 대구로 조롱받는 대구 지역에서 패션산업이 가능하다는 발상을 했다는 자체가 신기할 뿐이다.

어쨌든 밀라노 프로젝트는 진행되었는데 어떤 성과를 냈는가. 패션산업은 고사하고, 섬유산업이 대구경북을 먹여 살릴 미래 첨단산업이 되었는가. 아닐 것이다. 그래서 가설적 질문을 던져본다. 당시 그 1조 원을 박 전 대통령의 뜻에 따라 IT산업에 투자를 했으면 그 결과가 지금쯤 어떠했을까. IMF 이후 벤처 열풍의 산업 고도화를 통해 대구는 지금쯤 아마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도 가능했을 것이다. 그래서 유니콘기업도 나왔을 것이고, 지금과 같이 대기업 유치에 목을 매는 일도 덜했을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전자산업으로의 전환 및 육성 계획은 중앙정부의 정책이었던 반면 IMF 이후 밀라노 프로젝트는 사실상 지방정부가 결정한 것이다. 이 결정 하나가 20~30년 후 지역의 산업 운명을 바꾸었다고 볼 수도 있다. 문제는 지금도 그 당시 그런 결정에 대한 반성이나 그런 명백히 잘못된 정책적 결정을 반면교사로 삼으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또 중앙정부에 요구를 한다.

앞서 지적한 미래를 선도할 첨단 주력산업 부재, 1인당 개인소득 전국 최하위권, 높은 청년층 유출, 지역 내 인구 소멸은 대구경북 자치의 성적표다. 혹자는 박 전 대통령이 뭘 해주었는데? 또는 민주당 정권에서는 차별받았다는 주장을 하는데 오히려 박 전 대통령 시절 가장 유망한 미래 첨단산업이 결정되었고, 김대중 정부에서도 큰 특혜를 받았다. 그리고 지금은 윤석열 정부에 기대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이젠 지방자치다. 지방의 발전은 지방이 책임져야 한다.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대구경북이 보여준 정책 결정과 리더십으로는 현재의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신정부 들어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반도체 산업은 대구경북 산업과 연관성이 크며, 미래 첨단산업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는 윤석열 정부 들어서서 신정부에 대한 지역 여론뿐만 아니라 지역 단체장과 정치인의 역량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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