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물에 빠진 듯 허우적대는 한 중년 남자가 있다. 가진 욕심은 크지만 수완이 따르지 않는 부류다.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호기롭게 사업의 길로 들어섰지만, 손대는 족족 실패한다. 결국 가족들에게 마저 외면당한 남자의 이름은 '김성곤 안드레아'. 절망에 빠진 그는 자기 목숨을 끊으려고 수차례 시도하지만, 그마저도 실패하고 만다. 무거운 추라도 매달아 놓은 것 마냥 수렁에 빠지는 삶. 이런 인생도 떠오르게 해줄, 부여잡을 수 있는 '튜브'가 있을까.
데뷔작 '아몬드'로 스타덤에 오른 손원평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튜브'는 끊임없이 사업을 벌이고 주저앉는 일을 반복해온 한 남자의 이야기다.
벼랑 끝에 몰린 주인공 김성곤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중년의 아저씨다. 다만 성공하고자 하는 욕심 탓에 능력 밖의 일을 많이 벌였고, 남들보다 더 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한강에 뛰어들려다 매서운 칼바람에 포기하고, 차 안에 연탄불을 피웠지만 이마저도 타인의 개입으로 실패한다.
여전히 죽음을 궁리하면서 서울역사를 서성이던 그는 우연히 TV에서 '변화'에 관한 얘기를 듣는다. "단언컨대 당신은 결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어요. 그런 거짓말에 속지 마세요. 하나만 말씀드리죠. 당신은 오직 당신만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평소라면 뻔한 소리 취급을 하며 무시할 말이지만, 그날따라 김성곤의 뇌리에 계속 맴돈다.
시작은 작은 변화부터였다. 과거 몸이 탄탄했던 자신의 사진을 보던 성곤은 한 가지 소망이 싹 튼다. 바로 사진 속의 남자가 되고 싶다는 것. 이를 위해 우선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기로 한다. 성곤은 하루 5번씩 루틴을 만들어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 모습을 매일 사진으로 찍으며 경과를 확인한다. 그의 인생에 새로운 습관 하나가 생긴 것이다.
허리를 펴면서 무너진 삶도 서서히 일으켜 세웠던 걸까. 성곤은 이후에도 작은 습관들을 바꿔나가면서 주변의 인물들도 돌아보기 시작한다. 어느덧 자신이 바뀌길 원하는 사람들과 함께 작은 한 걸음을 내딛고 싶다는 생각에 이른다. 힘든 처지의 사연을 접수해 매일매일의 변화를 기록하게 하고 사람들의 응원을 받게 하는, '지푸라기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그렇게 성곤은 유튜브를 시작한다.
"제가 제안하는 건, 함께하자는 겁니다. (중략) 이 프로젝트는 여러분이 스스로 만든 지푸라기에 바람을 넣어줄 겁니다. 지푸라기가 엄청나게 커다란 튜브가 될 때까지, 그래서 여러분이 당당하게 수면 위로 떠오를 때까지 말입니다."

이 소설은 김성곤의 성공담으로 끝나는 뻔한 '해피엔딩'으로 향하진 않는다. 다만 저자는 도전을 실패하더라도, 지금 서 있는 그 자리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라고 격려한다. 굽은 자세를 조금씩 펴거나 하루 세 번씩 타인에게 칭찬을 하는 것과 같은 작은 실천이 지푸라기처럼 모이면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말이다.
'튜브'는 작가가 인터넷에서 우연히 "실패한 사람이 다시 성공하는 이야기를 추천해달라, 지금 자신에게는 그런 이야기가 너무나 필요하다"는 글을 읽고서 쓰기 시작한 소설이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왜인지 간절한 느낌이 들었다"며 "오래전, 아무런 응답도 받지 못한 그 사람을 위한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276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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