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尹 정부, 국민과 소통하려면 현장으로 가라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폐지'라는 규제 완화 요구에 제동이 걸렸다. 대통령실 국민제안 1위에 올랐던 제안이었지만 한 사람이 여러 번 투표할 수 있다는 온라인 투표의 허점이 확인되면서 채택되지 못한 탓이다. 정부도 상위 3개 우수 제안을 선정해 제도화 여부를 논의하려 했지만 기술적 미비에 발목이 잡혔다.

교육부의 취학 연령 하향 계획과 닮은꼴로 보여 안타깝다. 이번 결정이 전통시장, 대형마트, 소비자 각각의 목소리를 충실히 듣고 부작용을 줄이려는 노력의 산물이라기보다 기술적 이유에 따른 원점 회귀이기에 둔탁한 느낌이 강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폐지는 10년 이상 묵은 오래된 논제다. 무엇보다 대통령실 국민제안은 앞선 정부의 청와대 국민청원 제도를 개선하겠다며 시작한 것이었다.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선한 의지는 온데간데없고, 과정이 세련되지 못하다는 비판이 더 크게 들린다. 더구나 온라인 여론은 조작 가능성이 다분하고 방해 세력이 있을 수 있다는 걸 킹크랩 사건 등으로 숙지한 터다. 정부의 대처가 그래서 더 아쉽다.

그렇다 해도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소통하는 창구는 열어 둬야 한다. 오히려 이번 위기를 현장 목소리 수렴의 호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갈등을 줄일 대안 숙의 과정의 시작은 관계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부터다. 면대면 스킨십을 살리는 오프라인 민심 청취는 정권이 마무리될 때까지 이어 갈 숙제이기도 하다. 특히 온라인 여론 형성에 취약하지만 삶의 지혜가 풍부한 노령층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듣는 과정도 수반돼야 한다.

국정 운영 동력은 민심을 얼마나 듣느냐에서 나온다. 안 되면 말고 식의 대응은 사회적 불안감만 키운다. 많이 듣고 고심하는 정부가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정책 실행의 정당성은 숙의를 거친 여론으로 뒷받침된다. 자칫 어설프게 보이는 정책 추진은 각계의 이해관계에 따라 논파되기 십상이다. 더 많이 듣는 정부의 모습이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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