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기후 현상으로 지구촌이 야단이다. 이상 기후는 점점 기온이 올라가는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 연료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갈수록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온난화의 영향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데, 대구에서도 그 현장을 목격할 수 있다.
60년대만 해도 사과하면 대구였다. 대구는 국내 사과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최고의 명산지로 이름을 떨쳤다. 당시 대구역 광장에는 전국으로 실려 나갈 사과 상자가 산더미처럼 쌓이곤 했다. 이처럼 사과의 주산지가 된 것은 분지 지형과 독특한 기후의 영향이 한몫했다. 금호강 언저리의 더 넓은 범람원 지형과 비가 적어 일조량이 많은 기후는 사과 재배에 최고의 환경이었다.
하지만 도시화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동구 평광동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사과밭을 구경하기 어렵다. 지구온난화로 대구는 더 이상 사과 재배에 유리한 곳이 아니다. 지난날엔 사과 재배에 가장 적지였으나 기온이 계속 올라가면서 곤란한 지역이 된 것이다. 대신 좀 더 서늘한 청송이나 안동, 영주 등으로 사과 생산지가 이동하였다.
천연기념물 제1호인 도동 측백나무숲도 사과 재배와 비슷한 모습이다. 이곳은 우리나라의 몇 안 되는 측백나무 군락지 중의 하나로 관심을 끄는 곳이다. 불로천 상류의 향산 절벽에 1,400여 그루의 측백나무가 자생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눈에 띄게 군락지 면적이 줄어들고 있다고 걱정이다.
측백나무는 근래 중국에서 전래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대구 도동을 비롯하여 영양, 안동 등에 자생지가 알려지면서 고유 수종임을 알게 되었고,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특히 측백나무의 남방한계선인 대구에 최대 군락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생태학이나 식물지리학에서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다.
측백나무는 주변 환경을 아름답게 하려고 오래전부터 선조들이 즐겨 심던 나무 중의 하나이다. 조선 초기 서거정 선생은 그의 시문집에서 '대구 10경'을 노래하고 있는데, 제6경 '북벽향림(北壁香林)'이 바로 이 측백나무숲을 두고 하는 내용이다. 서거정 선생이 시문을 남긴 것으로 보아도 도동 측백나무의 수령이 500년 이상이나 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환경 단체에서 도동 측백나무숲에 대한 실태 조사를 한 결과 서식 규모가 보존 구역의 14% 정도만 남은 것으로 확인됐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1962년 당시 수천 그루에 달하던 것이 거의 사라진 것이다. 함부로 베어가도록 방치했던 것도 문제이지만, 기후 변화도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이곳 측백나무 군락지에서도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가 더는 남의 일이 아니다. 대구에서 사과가 사라진 데 이어 측백수림까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는 자연이 인간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음이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탄산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노력을 더는 미적거릴 수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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