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자연은 어떻게 발명하는가

닐 슈빈 지음, 김명주 옮김/ 부키 펴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1960년대 미국 예일대의 과학자 존 오스트롬은 이족 보행 공룡과 조류의 여러 형질이 매우 비슷하다는 걸 알아냈다. 속이 비어 가볍지만 튼튼한 뼈, 날개 돋친 팔, 경첩 같은 관절, 강한 근육, 빠른 성장 속도 등으로 미뤄볼 때 공룡은 충분히 새의 조상이라고 할 만했다. 하지만 이런 그의 주장은 공룡에게 깃털이 없다는 이유로 학계에서 철저히 무시당했다. 하늘을 날기 위해 깃털이 필수라고 여겼던 탓이다.

하지만 1997년 중국에서 깃털로 뒤덮인 공룡의 화석이 발견됐다. 그 화석은 보존 상태가 매우 좋았던 덕분에 깃털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날지 못하는 공룡에게서 깃털의 존재가 확인되자, 그 용도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다. 과학자들은 그 깃털이 이성에게 과시하기 위한 장식용이나 체온 보호를 위한 단열재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봤다. 어쨌든 그 깃털은 하늘을 날기 위해 생긴 것이 아니었고, 오스트롬은 30여 년 만에 자신의 주장이 옳았음을 인정받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다시 말해 깃털은 동물이 하늘을 날기 위해 생겨난 것이 아니라, 하늘을 날기 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본격적으로 비행이 시작되면서 그 용도가 변경된 것이다. 폐와 팔다리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먼 조상이었던 원시 물고기는 물 밖으로 나오기 전부터 사지로 변할 뼈를 가지고 있었고, 이미 폐를 가지고 있어서 공기 호흡을 병행했다.

이 책의 지은이 닐 슈빈은 "이처럼 생명의 진화를 이끈 자연의 수많은 발명이, 용도 변경(기능의 변화)과 재활용을 통해 완성됐다"고 주장한다.

닐 슈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생물학자다. 시카고대 생명과학과 석좌교수인 그는 이 책에서, 지난 40억 년의 생물 진화사를 '시행착오와 표절, 도용'으로 요약한다. 다른 동물과 차별되는 인간만의 대표적인 형질인 큰 뇌를 비롯해 물고기의 지느러미, 새의 깃털과 날개 모두 유전자가 서로를 베끼고, 훔치고, 변형한 결과라는 것이다.

지은이는 유전자라는 도구를 통해 진화의 비밀을 설명한다. 현재 생물이 갖는 특성은 수많은 유전자가 복제된 결과다.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상대적으로 큰 뇌를 가질 수 있었던 것 역시 거의 모든 동물이 가진 'NOTCH' 유전자를 베끼고 베낀 덕분이다. 인간의 전체 게놈(유전체) 중 3분의 2 이상이 이렇게 복제된 사본이다.

동물의 몸과 유전자에도 이런 사본이 가득하다. 갈비뼈와 척추뼈 등 인간과 동물은 대부분 골격이 비슷하다. 여러 동물의 각기 다른 사지 골격이 태고의 골격 배열을 베끼고 변주해 완성됐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유전자가 복사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실수이자 시행착오인 돌연변이에도 주목한다. 복제를 담당하는 '점핑 유전자'는 때로 유용한 돌연변이를 게놈 곳곳으로 실어 나른다. 이런 시행착오가 진화의 또 다른 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자연이 작곡가였다면 역대 최고의 저작권 위반자로 등극할 것이다." 지은이의 말이다. 356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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