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동 한 건물. 1층 로비에 들어서자 경비실 직원이 '매의 눈'으로 오가는 방문객들을 살폈다. 법무법인과 법률 사무소 여러 곳이 입주한 이곳 분위기는 삼엄했다.
7층에 있는 한 법무법인 사무실은 입구부터 지문 인식기가 갖춰진 보안 시스템이 설치됐고, 초인종을 누른 뒤 직원이 문을 열어줘야 들어갈 수 있었다.
이곳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방화 사건 영향으로 1층에 경비원이 상주하는 건물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며 "조금이라도 수상한 물건을 휴대하고 들어오는 사람을 발견하면 내부를 확인한 뒤 통과시키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법조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법무빌딩 방화 참사가 일어난 지 두 달이 흘렀다. 그 사이 피해자들의 장례가 끝났고, 건물주 등 사건 관계자 수사도 진행됐지만 법무 종사자들의 충격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사건 현장 인근 한 법률 사무소 직원은 "작정하고 테러를 저지르려는 사람이 오면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다"면서 "같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생각에 낯선 외부인이 사무실로 들어올 때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법무법인들은 직원들의 불안을 덜어주고자 갖가지 대책을 마련했다. 유사시에 대비한 예행 연습이나 소화기 점검 등은 기본이다. 화재 대비 시설을 갖추고 교육을 하는 곳도 늘었다. 특히 화재 피해자들의 사인이 대체로 질식사라는 점에 착안, 방독면을 비롯한 비상용구를 구비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A 법무법인 관계자는 "직원들의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고 보안 시스템 확충은 물론 직원들을 위한 방독면을 주문했다"고 했다. B 법률 사무소 관계자도 "대피할 때 사용하기 위해 산소가 발생한다는 수건을 구입했고, 소화기를 점검하는 등 대비를 강화했다"고 귀띔했다.
대구변호사회도 보안 시스템 업체 및 호신용 가스총 제작사와 업무협약을 맺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실제로 적극적인 대비에 나선 곳은 많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일단 한 건물을 여러 사무소들이 나눠 쓰는 경우가 많고, 의뢰인과의 신뢰 관계를 이유로 난색을 표하는 법조인들도 상당수라는 것.
한 법무법인 대표변호사는 "공동으로 출입관리를 하자는 아이디어도 있었지만 법원처럼 입구에 금속탐지기를 설치할 수도 없어 실효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석화 대구지방변호사회장은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는 등 적극적인 보안 대책이 필요하지만 법률 사무소들이 건물을 독립적으로 쓰지는 못하다 보니 어려움이 있다"며 "우선 규모가 큰 법인들부터 우선적으로 보안 대책을 마련해주고, 이에 맞춰 일반 법률 사무소들까지 동참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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