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장] ‘마음학기제’ 도입 응원한다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

우리는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기를,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런데,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행복지수는 OECD 국가 중 꼴찌이고 자살률은 1위이다. 청소년은 우리나라의 미래다. 청소년이 불행하고 스스로 죽고 싶어 하는 사회라면 무슨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이다.

왜 우리 아이들은 불행하고 높은 자살률을 보이는 것일까. 그나마 그 주된 이유를 알고 있다는 것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기에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학업 성적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이다. 이 대목은 우리나라의 미래인 청소년들에게 어떤 교육을 해야 하는지 우리에게 화두(話頭)를 준다.

2016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International Institute for Management Development)에서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 학생의 학력은 OECD 국가에서 최고 수준이나 창의·인성은 최하위였다. 이는 지나친 주입식 지식 위주의 교육으로 창의성 발현이 되지 않았고 인성교육이 부족했던 것에 기인한다. 또한 프랑스의 인시아드(INSEAD) 경영전문대학원의 '2019년 글로벌 인재 경쟁력지수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이 한국 경제에 부합하는가'에서 125개 국가 중 75등이었다. 이는 우리나라는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육성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이 농사라면 땅을 정성스럽게 갈고 씨앗을 뿌려야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좋은 열매를 맺을 확률이 높다. 급하다고 해서 바늘허리에 실을 매어서는 바느질을 할 수 없듯, 아스팔트 위에 씨앗을 뿌려서는 꽃과 열매를 맺기 어렵다. 교육에서 인성 교육은 땅을 정성스럽게 가꾸는 작업이다. 그 위에 씨앗을 뿌리는 지식 교육을 더해야 한다. 인성 교육의 바탕이 없는 지식 교육은 행복을 지향하는 교육도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도 아니다. 오직 성적주의, 학벌·학력주의만을 추구하는 가정·학교·사회가 계속되는 한 청소년의 행복과 우리 사회의 미래는 없다. 여기에 더해 경쟁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 불공정 출세, 승자독식사회는 각박하고 고통을 주는 피로사회와 분노사회를 부추길 뿐이다.

2019년 한국교육개발원이 실시한 교육 여론조사에서 초·중·고 학부모의 47.4%가 인성 교육, 23.6%가 창의 교육을 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BTS를 탄생시킨 방시혁 대표도 방탄소년단 멤버들을 뽑을 때 가장 중요시한 것이 '인성'이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는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는 지식이 아닌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인성이 주요한 가치로 주목을 받는다. 4차 산업혁명시대 교육은 '지식 교육'에서 '인성 교육'으로의 교육혁명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인간만이 지닌 양심, 감성, 해결력, 창의력, 타인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 등 인간의 가치를 실현하는 인성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

지난달 26일 강은희 대구시교육감과 대구시교육청이 인성 교육 강화를 최우선 정책 과제로 설정하고, 전국 처음으로 '마음학기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마음학기제'가 아이들의 삶을 더 행복하게 바꾸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토양이 되는 학기가 되길 바란다. 또한 대한민국 교육수도 대구교육 백년대계와 4차 산업혁명시대 교육혁명의 초석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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