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만나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한 소리로 제기돼 주목된다. 최근 윤 대통령과 그 주변을 두고 공세 일변도 입장을 견지하던 더불어민주당측에서도 이번 회담에서만큼은 대통령의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피력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를 고리로 대통령에 대한 야권 공세가 무뎌질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펠로시 의장의 방한 전 부터 회담을 갖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최영범 홍보수석비서관은 4일 오후 브리핑에서 "펠로시 하원의장 방한과 윤 대통령 휴가 일정이 겹쳐 (대통령) 예방 일정을 잡기 어렵다고 미국 측에 사전에 설명했고 펠로시 의장 측도 상황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지만 주요 동맹국 의회 수장이 방한한 만큼 직접 면담은 어렵더라도 전화로라도 인사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게 어떻겠느냐는 양국 의견 교환이 있어서 오늘 오후 서로 통화하기로 조율됐다"고 밝혔다. 양측은 오후 3시 쯤 통화했다.
이를 두고 야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선 윤석열-펠로시 회담 필요성을 제기했다.
민주당 출신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방송에서 "미 권력 서열 3위인 하원 의장이 왔는데 대통령이 안 만난다는 것은 얘기가 안 된다"며 "꼭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아무리 휴가를 보내고 집에 있지만 밖에 나올 수 있다"며 "(양측 회담이)윤 대통령이 원숙한 대통령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중국도 이만큼 (윤 대통령이) 신중한 행보를 했다고 하면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측에서도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동맹국 미국의 의회 1인자가 방한했는데 대통령이 만나지 않는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박 전 원장과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물론 이같은 여야 특정 인사의 입장이 양당의 공식 입장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감지되는 양측의 내부 이견 속에서도 대통령 결정에 야권이 칭찬하고 여권이 부정하는 '역전현상'이 감지된 점은 이례적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대통령과 대통령실 주변을 줄기차게 비판하던 야권은 대통령이 직접 만나지 않는 것이 중국을 자극하지 않을 적절한 행보라며 '비회동 결단'을 높이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펠로시를 만나는 것은 미·중 갈등에 섶을 지고 불길에 뛰어드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을 칭찬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반대로 국민의힘에서 김근식 전 비전전략실장은 YTN 방송을 통해 "휴가 기간에 왔더라도 다 만나는 게 제가 볼 때는 일반적인 외교의 관례라 생각한다"며 대통령의 행보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기이하게 흘러가는 역전현상 속에 야권 내부에선 혼란스런 모습도 감지된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펠로시 의장이 다른 나라에서 정상을 만나고 방한했는데,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만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만남을 조율한다고 했다가 다시 번복했다"며 "아마추어 국정 운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미국이 중국과 상당한 마찰을 빚고 방한하는 것인 만큼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아도 크게 문제는 없다. 이 문제를 심각한 정쟁의 내용으로 삼을 필요는 없다"며 박 원내대표의 공세에 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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