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립습니다] 임성종(대구경북추모연대 대표) 씨의 선배 고 이영기 씨

"형이 남긴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의 정신,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고 이영기 씨의 생전 모습. 임성종 씨 제공.
고 이영기 씨의 생전 모습. 임성종 씨 제공.

8월입니다.

매년 8월이면 생각나는 사람 이영기. 8월의 뜨거운 태양처럼 불꽃같은 삶을 살다가신 이영기.

영감 성질이 더러워 꼭 한여름에 돌아가셔서 후배들 고생시킨다고 투덜대기도 하지만, 8월이면 보고 싶고 그립고, 생각나는 한사람 이영기.

대구에서 태어나 어린시절부터 객지를 떠돌며 노동자로 생활하면서 누구보다 더 노동자의 아픔과 이땅 민중의 아픔을 몸소 체득했던 사람 이영기.

1987년 거대한 민주주의 흐름에 함께한 후 고향인 대구로 내려와 새로운청년회,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시작하였고, 돌아가시기 전까지 '민주주의민족통일 대구경북연합', '민중연대', '통일연대'에서 활동하셨던 이영기. 형이 그립습니다.

지난 7월 24일 형의 18주기 추모제를 현대공원 묘소에서 지냈습니다. 매년 40~50여명의 선후배들이 모여 형을 기억하고 형이 이루고자 했던 자주, 민주, 통일의 세상을 만들겠다고 다짐을 하는 자리이지요. 지난 18년 동안 꾸준히 이어져 온 추모제입니다. 올해는 권낙기 선생님께서 오셔서 형의 우직하고 소탈했던 삶을 추억해 주셨습니다.

후배들은 형과 함께 만들었던 강정과 청소년단체 행사에서 뻥튀기 기계를 돌렸던 형을 기억하는, 지금은 어른이 된 당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형하고 똑같이 생긴 형의 동생 창수씨 가족도 함께 했습니다. 매년 온가족이 함께 형을 추억하고 유가족으로서 추모제에 오신 여러분들께 인사도하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눕니다. 올해는 굿판을 벌인 이야기를 했어요. 장난스럽고 소탈함이 형을 많이 닮았습니다.

추모제때 지역에서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이루고자 활동했던 형의 뜻을 이어가고자 '산수유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단체나 개인에게 소정의 지원금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8회째입니다. 저도 몇 년전에 지원금을 받았습니다. 올해는 형이 활동했던 민중연대, 통일연대를 계승한 대구경북진보연대 집행위원장에게 지원금을 전달했습니다. 불평등한 체제에서 억압받는 사람들 곁을 지키면서 형의 정신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후배이기도 하지요.

고 이영기 씨가 생전에 활동했던 등산동호회에서 촬영한 사진. 사진 맨 왼쪽이 고 이영기 씨. 임성종 씨 제공.
고 이영기 씨가 생전에 활동했던 등산동호회에서 촬영한 사진. 사진 맨 왼쪽이 고 이영기 씨. 임성종 씨 제공.

형은 이렇게 우리와 함께 있습니다. 18년 전 몸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형이 남긴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의 정신, 형이 남긴 지역에서의 활동은 지금까지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고 형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지금 국회에서는 형이 활동했던 권위주의정권 시기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분들을 '민주유공자'로 예우하기 위한 법률이 한창 논의되고 있습니다. 전태일, 박종철, 이한열 등 민주주의를 위한 싸움에서 희생당하신 분들이 아직도 사회적으로 유공자로 예우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형을 비롯한 많은 민주주의 희생자들이 '민주유공자'로 예우받을 수 있도록,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에 제대로 새겨질 수 있도록 '민주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을 꼭 제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04년 간암으로 인해 노랗게 산수유를 닮아가던 형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1993년 뜨거웠던 8월의 태양 아래 조국의 평화와 통일을 외치며 불끈 쥔 주먹을 치켜들던 형의 모습이 그립습니다.

8월이면 생각나는 사람 '이영기' 그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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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매일신문이 함께 나눕니다. '그립습니다'에 유명을 달리하신 가족, 친구, 직장 동료, 그 밖의 친한 사람들과 있었던 추억들과 그리움, 슬픔을 함께 나누실 분들은 아래를 참고해 전하시면 됩니다.

▷분량 : 200자 원고지 8매, 고인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 1~2장

▷문의 전화: 053-251-1580

▷사연 신청 방법
1. http://a.imaeil.com/ev3/Thememory/longletter.html 혹은 매일신문 홈페이지 '매일신문 추모관' 배너 클릭 후 '추모관 신청서' 링크 클릭

2. 이메일 missyou@imaeil.com

3. 카카오톡 플러스채널 '매일신문 그립습니다' 검색 후 사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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