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이재명 방탄 당헌 개정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각급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으며 이 처분을 받은 자가 최종심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에는 당원 자격정지 이상의 징계 처분을 한다.'

이 조항은 더불어민주당 당헌 제80조 1·2항 규정이다. 이낙연 전 대표가 2020년 8월 개정한 윤리심판원 관련 당헌이다. 이 규정이 처음 적용된 사례가 윤미향 의원이었다. 2020년 9월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시절의 횡령 등 6가지 혐의로 기소되자 민주당은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윤 의원에 대한 당직과 당원권 정지 결정을 발표했다.

이번에는 이재명 의원 '방탄'을 위한 당헌 개정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 의원이 연루된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에 대한 검·경의 전방위 수사가 급물살을 타자, 이 의원은 "모든 방향에서 최대치의 공격이 이뤄지고 있다. 저도 인간이라 가끔 지친다"라고 언급했다. 그러자 소위 '개딸'이라는 이 의원 강성 지지자들이 '청원 시스템'을 통해 당헌 80조 개정 청원 참여를 독려하고 나섰다. 이 규정을 그대로 둘 경우, 당 대표가 되더라도 이 의원이 기소될 것이 불 보듯 뻔해 대표 직무 정지가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분위기에 휩쓸린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는 당헌 개정을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대선을 앞둔 지난해에도 당헌 개정 시도가 있었다. 선거일 전 180일로 명시된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 규정(88조)을 120일 전으로 바꾸자는 요구였지만 친문과 친명의 치열한 신경전으로만 끝났다. 직전인 지난해 서울·부산시장 보선 때 이미 민주당은 당헌을 개정, 당원 투표라는 편법을 동원해 후보자를 낸 바 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부정부패 연루자 기소 시 직무 정지는 한 개인으로 인해 당 전체가 위험에 빠지지 않게 하는 최소한의 장치이며 민주당에 부정부패 연루자를 결코 허용해선 안 된다는 상징적 조항"이라고 강조하면서 "심지어 국민의힘도 부정부패 관련 기소된 자는 직무가 정지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재명의 '셀프 방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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