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文化)에 대한 정의는 모호하고 다양하다. 文이 紋(무늬)의 다른 표기라는 점에서 '인간의 무늬', 즉 '인간 삶의 흔적'이라는 뜻을 이끌어낼 수 있다. 영어 'culture'(문화)의 어원이 'cultivate'(경작하다)라는 사실에서 동서 간 문화의 개념이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예술은 '학예와 기술'로 아름다움을 창조·표현하려는 인간 활동 및 그 작품을 뜻한다. 문화와 예술을 따로 구별하기도 하지만 흔히 문화예술이라고 통칭하기도 한다. 문화라고 하면 너무 구름 잡는 것 같고, 예술이라 하면 뭔가 미진한 구석이 있기 때문에 보통 문화예술이라 칭한다. 일반적으로 문화예술은 '예술 활동이 있는 문화' 정도로 풀이한다.
문화예술의 실체를 그 기본적 개념만으로 가늠하긴 쉽지 않다. 그 가시적 모습을 보려면 법적 개념을 살펴보는 것이 한 방법이다. 문화예술진흥법에 "문화예술이란 문학, 미술(응용미술을 포함한다), 음악, 무용, 연극, 영화, 연예(演藝), 국악, 사진, 건축, 어문(語文), 출판 및 만화를 말한다"고 정의돼 있다. 모호한 실체를 도화지에 명료하게 그려낸 셈이다. 하지만 그 범주에 속하는 전문 분야가 많기도 하려니와 각 분야의 공통점이나 유사점을 찾아내기 힘들 만큼 그 모습이 그야말로 제각각이다. 각양각색의 전문 분야를 포괄하는 문화예술이란 울타리가 있다는 자체가 신기할 뿐이다.
문화예술의 하위 부문들이 외견상 제각각인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그 기본 개념과 연결돼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힘들다. 형이상학적인 인문적 가치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개성적이고 창의적인 특성이 문화예술 전 분야를 관통하고 있는 터다. 그렇긴 하지만 다른 얼굴에 다른 성격을 가진 다란성 다둥이처럼 그 구별이 뚜렷하다. 분야마다 바른길이 있거나 딱히 가야 할 방향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이에 따라 각기 자유로운 접근이 필연적이다.
문화예술의 본질을 과신한 나머지 혹은 동일한 이름의 카테고리에 함께 묶여 있다는 이유 때문에 그 육성과 진흥 또는 그 관리와 통제에 획일적 관점과 동일한 기준이 유효하고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과녁을 한참 비켜간 화살과 다름없다. 문화예술이란 이름표를 달고 있는 겉모습만 보고서 각 장르를 동일하게 보고 일괄적으로 취급하고자 하는 시도는 문화예술을 잘못 이해한 탓이고 각 하위 분야의 본질과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탓이다.
지자체마다 구조개혁의 하나로 이른바 '문화예술진흥원'을 만들어 문화, 공연, 전시, 축제, 관광 등 문화예술 전반을 일사불란하게 종합적으로 지휘하는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는 '리걸 마인드'에 터 잡은 오판이거나 행정편의주의와 경제적 효율주의에서 나온 실책이다. 문화예술은 다양성과 창의성을 먹고 자란다는 점에서 그 통합 시너지는 마이너스이고, 장르별 특성과 전문성을 살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은 통합과 모순된다. '옥상옥'을 만들어 얼굴마담을 앉혀 놓고서 경비 절감과 운영 효율화를 기하겠다는 말도 자가당착이다. 상식을 깨는 자유로운 역발상이나 기상천외한 황당한 실험이 오히려 상식인 문화예술에 통합이나 규제는 전혀 맞지 않는다. 차라리 무모할 정도의 '무데뽀 지원'이 오히려 효과적이다. 진정한 문화예술 진흥은 가성비를 따지지 않는, 족쇄 없는 최대한의 족집게식 예산 지원이 그 성격에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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