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연 연습 르포] 대구에 모인 클래식 유망주들…2022 솔라시안 유스 오케스트라

11일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무대…지휘 윌슨 응·윤소영 협연
17세 이상 29세 이하 전공자 대상 교육

5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 모인 2022 솔라시안 유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첫 합주를 하고 있다.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 조직위원회 제공
5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 모인 2022 솔라시안 유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첫 합주를 하고 있다.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 조직위원회 제공

지난 5일 대구콘서트하우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솔라시안 유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첫 합주를 위한 최종연습에 들어갔다. 개별적으로 연습한 곡을 마지막으로 다듬듯, 여기저기서 어지러운 소리가 쏟아졌다. 곧, 오보에의 '라'음이 뻗어져 나왔고, 이들은 일제히 오보에 소리에 맞춰 하나의 소리를 만들었다.

조율이 끝나고 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 지휘자 '윌슨 응'이 단상에 올랐다. 그는 단원들과 짧은 눈 인사를 나눈 뒤 지휘봉을 젓기 시작했다. 말러의 교향곡 제1번 '거인' 1악장이었다.

1악장은 플루트‧클라리넷 등 관악기가 다른 멜로디 위에서 짧게 짧게 연주하는 부분이 연달아 이어진다. 곡의 특성 탓인지 단원들이 타이밍을 놓치자 윌슨 응은 몇 번 끊었다가 연주를 재개했다. 1악장 연주를 모두 끝낸 뒤, 한국어가 서툰 윌슨 응이 말했다. "낫 배드(Not bad)."

솔라시안 유스 오케스트라는 대구콘서트하우스와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가 2018년 처음 선보인 오케스트라 교육 프로그램이자 악단 이름이다. 매년 17세 이상 29세 이하 클래식 전공자를 모아 교육을 하고 음악회를 열어왔다.

지휘자 윌슨 응.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 조직위원회 제공
지휘자 윌슨 응.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 조직위원회 제공

그동안 악단을 이끈 지휘자의 면면도 화려하다. 첫해엔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를 이끈 호세 고메스 로이스가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듬해엔 미국 보스턴심포니오케스트라 부지휘자를 지낸 데이비드 로가, 지난해엔 세계무대를 누비던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로 활동하는 김선욱이 지휘봉을 잡았다. 올해는 서울시립교향악단 수석 부지휘자이자 홍콩 구스타프 말러 오케스트라 예술감독 윌슨 응이 단원을 지도한다.

단원들과 호흡을 맞출 협연자로는 2011년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 한국인 최초 우승을 통해 세계무대에 이름을 알린 윤소영이 나선다. 그는 청년 단원들과 함께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무대에 올린다.

그밖에 서울시립교향악단 제2악장을 지낸 김덕우(바이올린), 독일 코부르크국립극장 부수석 김지영(오보에), 도쿄필하모닉오케스트라 종신 수석 조성호(클라리넷) 등 국내외 명문 악단 연주자 13명이 멘토로 참여한다. 악기별 레슨은 물론 유학 경험과 자기관리 등 다양한 조언으로 단원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바이올리니스트 윤소영.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 조직위원회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윤소영.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 조직위원회 제공

드문 기회인 만큼 오디션 경쟁률도 상당하다. 올해는 98명 모집에 400명이 넘는 인원이 지원했다. 일부 파트는 7대 1에 가까운 경쟁률을 기록했다. 선발된 단원 중 절반 이상이 대구경북이 아닌 다른 지역 출신이다. 솔라시안 유스 오케스트라의 위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0월 독일 뮌헨 국립음대 석사과정에 입학하는 박규리(23) 씨는 올해로 3번째 참가다. 지난 2월 경북대 졸업 후 최근까지 독일에서 입시 준비를 하다 오케스트라 참여를 위해 잠시 귀국했다. 박 씨는 "현직 악단 단원 선생님들의 지도를 받고, 대규모 편성 오케스트라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2019년 솔라시안 유스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을 지도해준 조윤진(현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부악장) 선생님과의 인연으로 독일 입시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직위는 최근 대구시립교향악단과 솔라시안 유스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인턴십 프로그램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조만간 KBS교향악단과도 협약을 체결한다. 김진우 대구콘서트하우스 공연기획팀장은 "단원들이 '프로 오케스트라 입단'이란 목표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과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부터 6일간 함께 호흡을 맞춘 뒤 11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무대에 오른다. 레퍼토리는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말러의 교향곡 1번 '거인'이다. 관람료는 R석 5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 053-250-144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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