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천동 고미술거리 10번째 종교시설 허가…주민들 "거리 의미 퇴색" 반대

1년간 주민 항의 끝에 대형교회 건설 협의
관광객 몰리는 주말 주차난 걱정하는 상인들
인근 주민들 "고미술 거리 분위기 해칠까" 우려

28일 고미술거리에 내 이천동 주민센터 맞은편 공터에 대형 교회 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김세연 기자
28일 고미술거리에 내 이천동 주민센터 맞은편 공터에 대형 교회 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김세연 기자

대구 남구 이천동 고미술 거리에 종교 시설이 잇따라 들어서자 주민들과 인근 상인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800m 거리에 종교 시설만 10곳을 헤아리면서 고미술 거리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난립하면서 주민들과 마찰이 커지고 있다. 주민들과의 협의 끝에 최근 10번째 교회 설립 허가가 이뤄지자 인근 상인들은 거리의 의미가 퇴색될 거라고 우려했다.

9일 남구청에 따르면 최근 이천동주민센터 인근 고미술거리에 한 대형교회가 건축 허가를 받았다. 고미술거리에 10번째로 들어서는 종교시설이다.

앞서 지난달 18일 고미술거리상인협회장과 한국고미술협회 대구지회장, 주민, 교회 관계자들이 참여한 비상대책위원회는 회의를 열고 이천동주민센터 건너편 공터(1천559㎡)에 교회를 짓는데 합의했다.

대신 교회측은 신축 건물 인근 부지 611㎡를 추가 매입해 주차장 부지로 활용하고 인근 주민들과 방문객에게 상시 개방하기로 약속했다. 또한 고미술 거리의 분위기를 최대한 훼손하지 않도록 조경 등에도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주민들과 교회측의 갈등이 시작된 건 교회측이 부지를 매입한 지난해 8월부터다.

주민들은 이미 고미술거리에 종교 시설이 9곳이나 들어선 상황에서 대형교회마저 들어서게 된다면 극심한 주차난과 고미술 거리의 의미가 퇴색될 것을 우려했다.

고미술 거리는 1960년대부터 남구 이천로32길 일대에 형성됐으며 문화재 매매업소 25곳에서 민속품, 도자기 등의 오래된 물건을 소개하고 체험, 판매하고 있다.

고미술거리상인협회 관계자는 "교회 부지 뒷편 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했는데, 교회 측이 반대 주민들의 주택을 매입해 주차장 부지로 활용키로 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다"고 설명했다.

교회 측은 "지하 주차장을 만들 계획이었지만 반대 주민들의 주택을 매입해 주차장을 만들기로 방향을 틀었다"면서 "건축비는 더 들었지만 분쟁을 줄이고자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고미술 거리에 입점한 상인들의 걱정은 여전하다.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전모 (62) 씨는 "지금도 공방을 찾는 손님들이 항상 주차에 대해 불만이 많다"면서 "고미술, 골동품 테마 거리로 지정하고 교회 신축을 허가하는게 지정 취지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15년째 고미술품을 판매해온 김모 (75) 씨도 "거리의 의미가 퇴색하면 곧 문화가 죽는 것"이라며 "관광지라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데 주차 문제가 더 악화될까 걱정"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남구청 관계자는 "교회 건축 과정에서 벤치나 조경 등 주민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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