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JTBC ‘모범형사2’…다시 돌아온 서민 영웅의 저력

건드리는 서민 판타지의 정체…권력이 어둠에 물들 때 공권력이 맑아야 바로 선다

드라마
드라마 '모범형사2'의 한 장면. JTBC 제공

'모범형사'가 시즌2로 돌아왔다. 2020년 방영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던 시즌1이 끝난 지 2년만이다. 시즌2의 설정도 시즌1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반응은 벌써부터 뜨겁다. 다시 돌아온 '모범형사2'가 툭툭 건드리고 있는 서민 판타지의 정체는 무엇일까.

◆양심의 가책 느끼는 형사들

'모범형사2'는 이제 4회 방영되었을 뿐이지만, 3.7%(닐슨 코리아)로 시작한 시청률은 5.9%까지 치솟았다. 시즌1 최고 시청률이 7.6%였던 걸 떠올려보면 심상찮은 흐름이다. 최근 JTBC 드라마들이 시청률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걸 염두에 두고 보면 '모범형사2'의 이런 흐름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모범형사2'의 무엇이 이렇게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고 있을까. 그 기대 포인트는 시즌1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즌1에서 주목됐던 건 살벌한 살인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강도창(손현주)이라는 이례적인 형사 캐릭터였다. 승진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평범하다 못해 부족하게까지 느껴지는 형사. 그래서 동기인 우봉식(조희봉)이 승진해 인천 서부경찰서 강력2팀 팀장이 됐지만, 자신은 그 밑에서 팀원으로 일하는 늙다리 형사다. 게다가 중년의 나이에 결혼도 못했고, 이혼해 자식까지 빼앗겨 매일 술을 끼고 살아가는 여동생 강은희(백은혜)까지 짐으로 얹혀진 삶. 강도창은 어찌 보면 무수한 형사물에 등장하는 현실부적응 형사 캐릭터 중 한 명처럼 보이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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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모범형사2'의 한 장면. JTBC 제공

그런데 그에게 '모범형사'라는 제목을 붙여 놓은 건, 이 장르물이 세워놓은 이 인물의 강점이 어디에 있는가를 말해준다. 그건 바로 '모범'이다. 사실 '모범'이란 형사 같은 공직을 수행하는 이들에게는 당연한 것이지만 강도창이 특별하게 세워지는 건 그를 둘러싼 상황들이 전혀 모범적이지 않은 '불법'과 '부정'으로 얼룩져 있는 그 대비효과 때문이다.

시즌1에서 강도창을 '모범형사'로 만드는 건 자신이 잡은 이대철이 진범이 아니라는 걸 알았지만 결국 사행집행을 당한 사건이다. 그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끝까지 이대철을 범인으로 몰아세운 진범들을 찾아나간다.

시즌2도 비슷한 설정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즉 강도창과 그의 파트너 오지혁(장승조)이 인삼밭 단순절도범을 연쇄살인범으로 오인해 무리하게 추적했고, 도망치던 절도범이 교통사고로 사망하게 된 것. 연쇄살인으로 흉흉해진 여론 속에서 그 공을 서둘러 가져가려는 인천 서부경찰서장 문상범(손종학)과 서둘러 사건을 종결해버리는 광수대 팀장 장기진(이중옥)은 결국 단순절도범을 진짜 연쇄살인범으로 둔갑시킨다. 그래서 강도창을 비롯한 강력2팀은 시끌벅적한 범인 검거 특별 표창까지 받지만 영 기분이 좋지 않다. 그가 진범이 아니라는 걸 그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피해자의 할아버지가 고맙다며 강력2팀을 찾아와 내민 주스 한 박스 또한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결국 강도창과 오지혁을 비롯한 강력2팀 사람들은 포상휴가를 받았지만 진범을 잡겠다고 나선다. "절도 사건은 마무리 짓고 연쇄살인범 수사는 새로 시작해야죠." 그리고 또다시 연쇄살인범이 살인을 저지를 거라는 걸 예감하는 오지혁의 그 말대로 보란 듯이 마지막 사건이 터졌던 인삼밭에 똑같은 형태로 살해된 시체가 유기된다. 서둘러 사건 종결을 선언했던 광수대 장기진 팀장이 이를 '모방범죄'로 몰아가고 심지어 연쇄살인범이 미끼로 내세운 무고한 청년을 범인으로까지 만들려는 시도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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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모범형사2'의 한 장면. JTBC 제공

◆연쇄살인범과 대기업의 비리

'모범형사2'는 시즌1과 달리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이야기와 티제이그룹에서 벌어지는 각종 비리와 폭행(아마도 살인까지)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가 병치되어 있다. 즉, 드라마는 강도창과 오지혁이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이야기가 등장하기 전, 티제이그룹 부회장 천상우(최대훈)의 잔인무도한 폭행사건을 보여준다. 한 여성이 당한 그 폭행사건을 우태호(정문성) 티제이그룹 법무팀장이 당시 오지혁의 직속상관이었던 광수대 팀장 최용근(박원상)을 사주해 무마하고 덮어버린다. 오지혁은 끝까지 수사를 하려 하지만, 그와 정보원들까지 노골적으로 협박하며 몰아세우는 최용근 팀장 때문에 수사를 멈춘다.

그런데 2년 후 연쇄살인범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 피해자 정희주(하영)가 마침 티제이 그룹 직원이었고 우태호의 중요한 자료가 들어 있는 노트북을 수거해 폐기했던 인물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오지혁은 연쇄살인을 수사하다 다시 2년 전 그 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연쇄살인과 티제이그룹의 비리와 범죄 행위들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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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모범형사2'의 한 장면. JTBC 제공

아직 뒷부분의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 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정희주의 죽음은 어쩌면 연쇄살인과는 무관한 또 다른 살인이 아닐까 싶다. 천상우와 우태호 그리고 천나나(김효진) 같은 티제이그룹의 인물들이 어딘가 범죄의 냄새를 풍기고 있어서다. 만일 정희주가 그들 사이에 벌어진 어떤 사건에 의해 살해당했고, 그걸 무마하기 위해 연쇄살인으로 위장됐다면 이 연관성 없어 보이는 연쇄 살인과 티제이그룹 사이의 연결고리가 가능해진다.

물론 이건 추정이지만 적어도 이러한 두 사건의 병치를 통해 드라마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해진다. 권력자들이 벌이는 비리와 범죄들이 연쇄살인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형사물이 가진 범죄를 추적하는 이야기에 서민들이 갖는 대중정서를 얹어 그 감정적 몰입감을 높이는 방식은 지금껏 조남국 PD와 손현주가 함께 만들어온 형사물의 특징들이다.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해 큰 성공을 거두었던 '추적자'에서 백홍석(손현주) 형사는 억울하게 죽은 딸의 진범을 추적하는데, 그 진범이 다름 아닌 권력자들이라는 점에서 팽팽한 대결구도를 만든다. 평범한 서민 영웅이 딸의 죽음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죽을 위기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뛰는 그 모습은 시청자들이 그 형사물에 특히 열광했던 이유였다. 그 후 '황금의 제국'으로 다시 손을 잡았던 조남국 PD와 손현주는 '모범형사'로, 다시금 그들이 가장 잘하는 장르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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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모범형사2'의 한 장면. JTBC 제공

◆모범이 판타지가 된 현실

사실 '모범'이라는 단어와 '형사'는 그 조합 자체가 어색한 면이 있다. 공직을 수행하는 형사들은 당연히 모범적이어야 하는 게 상식이니 말이다. 그래서 '모범형사'라는 제목은 그 자체로 그렇게 모범적이지 않은 공권력의 현실을 에둘러 비판한다. 억울하게 누명을 쓰는 이가 없게 하고, 반드시 진범을 잡아 더 이상의 피해자를 만들지 않는 건, 형사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 마땅히 해야 하는 일들이다. 하지만 지금의 대중들이 느끼는 공권력에 대한 정서는 그다지 '모범'과는 거리가 먼 모양이다. 서민들을 위해 존재해야할 공권력이 그들의 권력이 되고 때론 이권이 되기도 하는 현실을 여러 차례 목도하게 되면서다.

2021년 방영됐던 '모범택시'에서도 '모범'이라는 단어는 역설적으로 사용된다. 사실은 사적 정의를 구현하는 이 집단이 모범일 수는 없지만, 이렇게 스스로 주먹을 든 이유는 제대로 정의가 작동하지 않는 결코 모범적이지 않은 사법 정의 때문이라고 이 드라마는 말한다. 지난해 방영됐던 '악마판사' 역시 결코 악마여서는 안 되는 판사의 이야기를 통해 그 정도로 악랄해지지 않으면 결코 세워지지 않는 사법 정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꺼내 놨다. 어쩌다 상식이어야 할 '모범'은 이토록 추구되기 어려운 현실이 된 걸까. 2년 만에 돌아온 '모범형사2'가 여전히 서민영웅 판타지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주고 있다는 사실은, 그래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그간 달라진 게 별로 없다는 서민들의 인식이 그 안에 담겨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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