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집단자살 VS 집단지성

차보현 영진전문대 사회복지과 교수

차보현 영진전문대학교 교수
차보현 영진전문대학교 교수

2017년 10월 2일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우리나라의 '저출산'에 대해 '집단자살 사회'라고 말했다. 충격적인 메시지였다. 그것도 외국인이 대한민국 사회를 냉철하게 비판한 것이다.

우리는 사회적 문제 발생 시 집단지성으로 이를 해결하자고 말한다. 하지만 작금의 '저출산 사태'를 보자면 대한민국에 집단지성이 있는지 의구심마저 든다. 크리스틴 라가르드의 말을 빌리면 대한민국의 집단지성은 이미 집단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이 힘과 지혜를 합친다면 집단지성으로 저출산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행정안전부는 2020년 1월부터 저출산 극복, 청소년 자살 예방, 해양 플라스틱 저감 등 각종 사회문제에 대한 해법을 모아 직접 정책에 적용하는 집단지성 사회문제 해결 프로젝트 '도전, 한국'을 실시하고 있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집단지성은 깨우고, 자극하고, 도전해야 한다.

경제학자인 로널드 리와 앤드루 메이슨은 사회의 규모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대체 출산율은 가임 여성 1명당 2.1명이라고 주장했다. 2021년 12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출산율 0.81명과 비교하면 너무 큰 차이를 볼 수 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따르면 합계출산율 1.7명 이하를 저출산이라 하고, 1.3명일 때를 초저출산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은 이미 초저출산 사회를 넘었다.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저출산 국가다.

인구는 운명일 수 있다. 1971년생(대한민국 인구 역사상 출생아 수가 마지막으로 100만 명 이상이었던 해로 102만4천773명 출생)의 수가 2021년생(26만500명, 통계청 잠정)의 약 4배가 넘고, 평균수명이 81세라면 이들이 앞으로 31년 이상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은 이미 정해져 있다. 싫다고 출생일을 변경할 수는 없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인구절벽, 지방소멸이라는 말은 이미 진부한 용어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대학들은 아우성이다. 대학은 벚꽃 피는 순으로 문을 닫는다는 것이 현실로 다가왔다. 대학뿐 아니라 지방의 초⋅중⋅고등학교도 폐교가 속출하고 있다. 수도 서울에서도 초등학교 폐교가 시작되었다.

2014년 한국 영화 사상 최다 관객을 기록한 영화 '명량'에서 주인공 이순신(최민식 분)의 아들이 아버지에게 "아버님께서는 왕이 부르시는데 왜 입궐하시지 않으십니까?"라고 물었을 때 이순신은 "나라가 있어야 백성이 있고, 백성이 있어야 왕이 있느니라.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하느니라"라고 답했다. 그야말로 명언이었다. 백성을 지키는 것이 나라와 왕을 지키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새겨들어야 할 명언이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저출산을 망국병이라고 했다. 이러한 인구절벽, 저출산 시기에 '대한민국 인구 위기 비상사태' 선포를 제안한다. 프랑스에서는 1990년대 중반 합계출산율이 1.79명일 때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일본은 2010년대 중반 합계출산율이 1.42명일 때 인구 위기를 총괄하는 인구 전담 장관(1억 총활약상)까지 임명하고, 인구 1억 명을 목표로 '1억 총활약 플랜'을 발표했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미래의 대한민국을 위해서다. 인구는 국력이다. 집단자살을 집단지성으로 이겨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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