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요일 아침] 선거제도 개혁에 정치생명 걸어야

김태일 장안대 총장(전 영남대 교수)

김태일 장안대 총장(전 영남대 교수)
김태일 장안대 총장(전 영남대 교수)

지난 주말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과 경북도당은 강민구, 임미애를 각각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대구, 경북 민주당이 어떻게 지역 정치를 꾸려갈지 새 지도부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임 위원장은 경북도의원으로, 강 위원장은 대구시의원으로 지역 정치과정에서 돋보이는 활동을 했다. 강 위원장은 대구시의회 부의장이라는 비중 있는 역할을 무난하게 수행했고, 임 위원장은 경북 도정을 날카롭게 파고들어 집행부의 평상심을 수시로 흔들어 놓는 정치적 내공을 보였다. 경북 도정, 대구 시정의 사정을 잘 아는 두 위원장이 지휘봉을 잡았으니, 민주당의 시·도정 감시와 견제는 더 나아질 것이 분명하다.

두 위원장이 해야 할 일은 태산 같다. 효능감이 바닥인 당원과 지지자들의 사기를 추스르는 것은 기본일 테고, 당내 경쟁으로 흐트러진 대오를 묶어 내는 일도 중요해 보인다. 중앙당을 설득하여 김대중의 동진 정책이나 노무현의 전국 정당화 정책에 괄목할 만한 대구, 경북 지역 전략을 만드는 일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역 민주당을 혁신하여 다음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살아 있는 지역주의는 대구, 경북 민주당에 녹록하지 않은 현실이다. 사실 지역주의는 그냥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 더 구조화되고 있다. 처음에 '감정'의 영역에서 생성되던 것이 '정당 일체감'으로 진화하고, 지금은 '이념적 사회화'를 통해 심화하고 있다. 어떤 평론가가 대구, 경북의 정치를 설명하면서 '까치밥 이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보수 진영이 느긋하여 여유가 있을 때 본진의 안방에서, 가을걷이 때 까치밥을 남겨 주는 것처럼, 너그럽게 자리를 허용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구, 경북에서 민주당이 터를 잡을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지역주의에 덧붙여 단순 다수가 모든 것을 다 가지는 승자 독식 제도가 있는 한 이런 정치적 기제는 확실하게 작동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 경북의 민주당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선거제도 개혁이다. '민심을 그대로 반영하는' 선거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승자 독식' 선거제도는 분단 체제, 지역주의와 맞물려 이분법적 진영 정치를 낳고 상대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정치적 막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제도하에서는 대구, 경북 민주당의 어떤 노력도 도로(徒勞)가 될 수밖에 없다.

대구, 경북 민주당은 승자 독식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데 정치생명을 걸어야 한다. 상대가 있는 일인데 그게 어디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이 있는데, "가능하다". 이런 제도 때문에 생기는 어려움은 호남에서 국민의힘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승자 독식 체제의 가장 큰 피해자는 모든 국민이다. 이 체제에서는 국민의 다양한 가치와 이익이 정치과정에 대표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영남과 호남의 가치 다양성은 완전히 버려지고 있어서 두 지역의 피해는 엄청나다. 두 지역에 존재하고 있는 소수 의견과 가치, 이익은 정치과정에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한 표라도 많은 쪽이 전체를 차지하는 국민주권의 왜곡이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다. 민주당이 영남 지역에서, 국민의힘이 호남 지역에서 이런 비정상적 대표 방식에 의해 발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

'민심을 그대로 반영하는' 정치적 대표 체계를 만들면 영남, 호남 지역에서도 지금과 같은 일당 지배가 아니라 정치적 다양성이 이루어지게 될 것이고 그것이 지역 발전에 큰 동력을 만들 것이다.

강민구, 임미애 두 위원장은 '민심을 그대로 반영하는' 선거제도 개혁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할 것이다. 그것을 통해 협력의 정치, 상생의 정치 실현에 앞장서기 바란다. 그것은 이 지역의 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 그리고 이 나라의 정치를 살리는 일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 대통령선거 선거운동 막바지에 두 진영의 지도자들이 협력과 상생의 정치를 내걸면서 이런 취지의 약속을 한 바 있다. 이재명·김동연 통합정부 공동선언문,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선언문에 그것이 담겨 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은 비례대표제 강화를, 국민의힘은 중대선거구제를 대안으로 선호했는데 두 가지 방향 가운데 어떤 것으로 합의를 하더라도 괜찮을 것 같다. 임미애, 강민구 두 위원장이 대구, 경북을 넘어 한국 정치의 판을 바꾸는 대개혁의 선봉에 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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