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 보수는 왜 등을 돌렸나

서명수 객원논설위원
서명수 객원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은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기에 취임한 지 채 석 달도 되지 않아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졌을까.

탄핵 직전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율에 버금가는 낮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전임 대통령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부동산 폭등과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및 조국 사태 등에 실망한 국민들이 정권 교체를 한 후 탄생시킨 정권인데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바닥을 모르는 듯 추락하고 있다. 아직까지 반등의 계기를 찾지도, 찾을 기미도 없다.

추락의 원인은 분명히 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추락한 핵심적인 원인은 지난 대선에서 그를 지지했던 보수·중도층이 지지를 유보하거나 철회했기 때문이다. 이재명을 지지했던 국민들은 윤 대통령을 지지할 마음이 전혀 없다. 당대표 경선에 나선 이재명 의원이 대표가 될 것이 확실한 '어대명'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대선이 연장되고 있는 듯한 정국 구도도 지지율 하락세의 한 요인이다.

문제는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보수·중도층이 심각한 의문을 갖기 시작한 데 있다. '검사 윤석열'의 기개와 공정은 간데없이 사라지고, 무능한 참모들에 둘러싸인 오만한 대통령으로 비친다는 것을 윤 대통령은 인정할까.

윤석열 정부는 보수·중도층에게 '우리 정권'이라고 자부할 수 없을 정도로 정체성을 잃었다.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를 제대로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보수·중도 세력의 지지는 급속하게 사라졌다. 그들 사이에선 이러려고 정권 교체를 했나라는 자조감이 팽배하다. 누구 하나 법에 따라 단호하게 단죄하지 못한다면 문 정부와 다를 게 없다는 불평도 터져 나온다.

상황이 심각한데도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을 통해 정제되지 않은 메시지를 내놓고, 대통령실은 변명에 급급한 면피성 해명에 몰두하면서 '무능하고 무기력한 대통령실'이란 이미지만 덧칠하고 있다.

정권을 빼앗긴 더불어민주당이 마음을 열고 국정 파트너로서 협력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아직까지는 난망이다. 그렇다고 윤 대통령이 야당 설득 노력을 포기하고 '나의 길을 가련다'고 하는 자세는 민심을 외면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위험하다.

난마를 끊어 내듯이 단칼에 모든 난제를 풀 수 있는 해법은 없다. 어차피 국민 통합이나 민주당 지지자들의 마음 돌리기가 어렵다면 당장 보수·중도층이 기대하는 이 정부의 정체성부터 확립하는 것이 급선무다. 피부에 와 닿는 개혁 과제를 최우선적으로 선정해서 추진하고 정치 입문 당시 기치로 내건 '공정과 상식'의 원칙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지지율에 일희일비해 지지율 반등을 위한 정책 변경이나 무리하게 인사 쇄신을 해야 할 이유는 없다. 지지율에 연연해하지 않고 공정과 상식이라는 목표를 고집스럽게 추진하고 경제 활력 등 민생 회복에 몰입하는 것으로 대통령의 소임을 하는 것이다.

지지율에 연연하면 국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게 된다. 지지율은 민심을 파악하는 하나의 척도다. 따라서 변하는 민심을 제대로 읽을 수 없다면 국정을 제대로 끌고 나갈 수 없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휴가에서 복귀한 윤 대통령이 "결국 제가 해야 할 일은 국민 뜻을 세심하게 살피고 늘 초심을 잘 지키면서 국민의 뜻을 잘 받드는 것이라는 생각을 휴가 기간에 더욱 다지게 됐다"라고 말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윤 대통령의 과감한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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