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일랑 이종상 원로작가와의 만남은 내 삶을 뒤돌아볼 수 있는 큰 계기가 되었다.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것 외, 그가 살아온 세월의 흔적을 육성과 저서를 통해 접하면서 오랜만에 울고, 웃으며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이런 스승을 좀 더 어릴 때 알았다면 내 과거의 시행착오를 줄이거나 내적이든 외적이든 좀 더 단단하게 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우면서도,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 5월 대구예술발전소에서 특별 강연을 만들어 초대하기도 했는데 그의 강연에는 전국각지에서 강연을 들으러 온 이들이 있어 놀라웠다.
무엇이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먼 타지에서까지 강의를 듣게 만든 것일까. 그건 작가가 삶을 대하는 태도와 가치관에서 비롯된 것일 테다. 평소 사람됨을 강조하며 옮은 말씀을 하시는 걸 보며 어떤 이는 잔소리나 자랑으로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단순히 자랑하는 것과는 분명 큰 차이가 느껴졌다. 사실 일제 강점기를 거쳐 6.25와 근현대화의 격변기를 겪으며 열심히 살아온 원로들은 성공을 향해 달려온 세대이다. 그러나 그가 주는 교훈은 사뭇 달랐다. 우선, 자신의 머릿속을 채우고, 자신의 배를 불리는 것이 목적이 아닌 정신적 문화적 베풂을 실천하려 했다는 측면에서 존경할 수 있었다.
이종상 작가는 경제적, 물질적 베풂 못지않게 정신적, 문화적 베풂을 강조한다. 우리는 베풂과 나눔의 의미를 물질적으로 '벌어서 남 줄 줄 아는 것'으로만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무형의 지혜와 학문, 신앙과 예술 등 문화 전반도 '배워서 남 줘야 하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공부해서 남 주냐?"란 말을 들으며 자라왔다. 언제부터인가 각박한 경쟁 시대로 진입하면서 "공부해서 남 주지 말고, 돈 벌어서 남 좋은 일 시키지 말라"는 암시 속에서 자라게 된 것이다. 이종상 선생님은 적은 돈이지만 "요긴하게 써라"하고 가르치면서 그 '요긴'의 범주에 이웃의 범주에서 이웃을 생각하며 베풂이 포함되게 가르치고, "남에게 줄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라"라고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신다.
선생님의 말씀처럼 우리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홍익인간 사상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 건국 신화에 이미 담겨있는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라는 홍익사상은 바로 베푸는 문화, 소통의 문화로 우리 민족의 근성이란 이야기다. 살면서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를 거울삼아 본받고 싶고 공부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행동하고 싶은 의지를 심어주기 때문이다. 그의 삶의 여정을 살펴보면 분명히 조언자들과 스승이 있었다. 조언자들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자세, 스승을 찾아다닌 그의 노력에 주목하고 싶다. 또한, 베풂과 나눔은 인간사 미덕임을, '벌어서 나누고, 베풀 줄 아는 사회가 바로 지상 천국이며 문화 강국'이란 말씀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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