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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공백 심각한 울릉도…아이도 못낳고 맹장 수술도 안돼

지난 지방선거 때 '대책' 공약만 남발했지 알맹이는 없어…각계각층 머리 맞대야

울릉군보건의료원 전경. 매일신문DB
울릉군보건의료원 전경. 매일신문DB

경북 울릉군에 제대로 된 의료시설이 없어 지역민들이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그나마 종합병원 기능을 하는 군립 울릉군보건의료원(이하 울릉의료원)마저도 최근 의사 인력 부족 문제로 일부 진료과목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어 대책이 요구된다.

10일 울릉군 등에 따르면 울릉지역에서 운영 중인 민간 의료기관은 치과와 한의원 2곳으로, 종합 진료를 보는 일반 병원은 없다.

이렇다 보니 군민들은 몸이 아프면 보건소와 병원을 합쳐 놓은 울릉의료원에서 진료를 받는다.

1963년 보건소로 시작한 이 의료원은 1965년 울릉군립병원과 통합한 뒤 명칭을 현재 이름으로 변경, 11개 진료 과목과 응급실을 운영하고 있다. 의사는 원장을 포함해 모두 15명으로, 이중 군복무 대신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사(공보의)가 13명이다.

문제는 이곳에 2020년부터 공보의 인력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의료 시스템에 구멍이 생긴 것이다.

당시 내과, 정형외과, 산부인과, 안과, 이비인후과, 피부과 등 과목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공보의 인력이 공급되지 않으면서 다른 과목 의사가 진료를 겸임해야 하는 일이 빚어졌다.

시간이 지나도 인력이 채워지지 않자 울릉의료원은 정형외과 민간 전문의 채용을 진행해 올해 2월 다행히 의사를 구했고 산부인과는 지난해 11월부터 도립 포항의료원 의사가 매달 한 번씩 입도해 진료하도록 하는 것으로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내과는 2년째 공석인 상태다. 민간 전문의 채용 공고를 지난달 중순까지 8차에 걸쳐 냈지만 나서는 의사가 없다.

급여나 숙소 등 조건이 육지 병원과 비교가 안 돼 공백은 상당시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곳 원장도 최근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대체 인력이 없어 수리가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의료 공백은 고스란히 군민들의 피해로 돌아가고 있다. 임신부가 갑자기 산통이 오면 헬기를 타고 육지 병원으로 이송될 때까지 고통을 참아야 하고, 급성 맹장염도 복강경 수술이 안된다.

이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울릉의료원 관계자는 "울릉은 앞으로 의료 공백 문제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대안을 찾기 위한 제대로 된 논의는 지금껏 없었다. 이제라도 지역 각계각층에서 대책 마련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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