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박순애 교육부 장관 사퇴, 국정 운영의 반면교사로 삼아야

박순애 교육부 장관이 사퇴했다. 윤석열 정부 초기 내각의 첫 사퇴다. 임명 35일 만이다. 자진 사퇴지만 여론의 압박이 컸다. 인사의 중요성을 새삼 확인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낮은 지지율로 고심하는 흔적이 역력한 윤석열 정부다. 잘 듣는 지혜 역시 필요해 보인다. 국민의 소리를 겸허히 듣고자 한다면 박 전 장관의 사퇴는 곱씹을 가치가 있어 보인다.

박 전 장관은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인사다. 인사청문회 없이 입각해 운이 좋은 경우라고 했다. 결과적으로는 비운의 경로를 밟게 됐다. 음주운전 전력 등으로 여론의 지지가 부족했던 점도 지나칠 수 없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전력이 있었을지라도 만약 인사청문회를 거쳤더라면 사정은 달라졌을 것이다. 그의 교육 철학과 세계관에 국민 눈높이가 절충 지점을 찾았을지 모른다. 이런 검증 과정이 빠진 결과와 교육부의 섣부른 정책 발표는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만 5세로 취학 연령을 낮추려는 시도는 처음 나온 이야기도 아니다. 인구가 줄어들고 있으니 산업 동력 토대를 단단히 다지자는 의도로 읽힌 터다. 하지만 전격적인 발표는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통보에 가까운 일방통행으로 해석한 것이다. 좋은 제도와 정책이라도 기습적이라는 인상이 비치면 반감이 우선하기 마련이다. 결국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초등 입학 연령 하향이 현실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당분간 관련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모든 국정 동력이라는 게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는 대통령의 판단은 틀리지 않다. 국민을 이기는 정권은 여태껏 없었다. 윤석열 정부로서도 잘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겠지만 서두른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뜸 들이는 인내를 간과하고 뚜껑을 열면 설익은 밥만 확인할 뿐이다. 선도적으로 나서야 할 때도 여론을 먼저 듣는 과정을 생략해선 안 된다. 윤석열 정부에는 4년 8개월의 국정 운영 기간이 보장돼 있다. 박 전 장관의 사퇴를 반면교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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