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패션디자인계는 박동준, 최복호 등으로 대표되는 1세대 이후 상당기간 침체에 빠져있다. 섬유패션도시 이미지는 희석된 지 오래고, 시민과 지자체의 관심도 신산업에 쏠려 있다.
그러나 지금도 대구에는 자신의 이름을 자부심 삼아 성장을 꿈꾸는 신진 디자이너들이 있다.
'뉴욕 패션인재' 안가영(39) 비안(Be:Ann) 대표는 패션 디자인으로 유명한 FIT(뉴욕주립대 패션기술대학교)를 졸업한 뒤 지난 2018년 수성구 지산동에 여성맞춤복 매장을 창업했다. 안 디자이너는 FIT의 졸업작품 전시회 격인 'Daniel Vosovick Award'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런 그가 대구에서 창업한 이유는 나고 자란 고향에서 디자이너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9일 만난 안 디자이너는 "뉴욕에 있을 때는 항상 경쟁의 연속이었고 짓눌리는 느낌이 있었다"며 "조금 편안하게 내가 살던 터전이자 익숙한 공간인 대구에서 '안가영'이라는 브랜드를 알리고 싶어 창업했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을 하기 전에 작은 패션회사에 다니면서 자기만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봤다"며 "국내에는 아직 테크니컬 디자이너(의류 제작 시 패턴, 수정, 봉제, 품질 등을 결정하는 인물)가 많지 않아 전문성을 키워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고 했다.
창업 5년 차가 되기까지 우여곡절도 겪었다. 매장이 자리를 잡아갈 무렵 코로나19라는 악재가 터졌고, 모임과 행사가 줄어 맞춤복 수요가 급감한 것이다.
안 디자이너는 "혼자서 옷의 디자인부터 봉제까지 모든 작업을 할 수 있으니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매장 경영에 있어서는 아직도 수습기간이라고 생각하고 부딪히면서 배우고 있다"고 했다.
지역 디자이너 1세대를 뛰어넘는 사업 확장 포부도 밝혔다.
그는 "대구 패션디자인계를 보면 자신의 매장을 꾸려 시작은 하는데 반짝하고 없어지는 사례가 많다. 어떻게든 버텨내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옷을 만든다'는 초심을 잃지 않으면서 안가영이라는 디자이너가 만든 옷을 더욱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맞춤복의 문턱을 낮추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맞춤복은 비싸고 왠지 부담스럽다는 인식을 바꿔나가고 싶다는 소망이었다.
안 디자이너는 "여전히 맞춤복을 어려워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이런 거부감을 없애고 싶다. 매장에 들어서면서부터 부담스러워하는 분들도 있는데 전혀 그러실 필요가 없다"며 "손님이 원하는 것을 서로 얘기하고 표현하면서 옷을 만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부담감보다 재미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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