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이준석 대표, 분란 이미지 털고 새 정치인으로 거듭나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결정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10일 법원에 접수했다. 국민의힘은 9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고, 비대위 출범과 함께 이 대표는 대표직에서 자동 해임된다.

이 대표는 사법 판단도 나지 않은 의혹으로 자신을 쳐내려는 당 주류와 대통령에게 배신감을 느낄 수 있다. 비대위 전환을 자신의 복귀를 차단하기 위해 짠 작전으로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성 상납 의혹 무마 의혹'이 당원권 정지의 원인이 됐다는 점에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이 대표는 당의 화합을 위한 노력보다는 당내 문제를 장외에서 비난하는 방식으로 대처해 분란을 키운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지난 대선 때는 '복주머니'니 '연습문제'니 하며 가벼운 모습을 보였고, 이른바 '윤핵관'과 알력으로 지방으로 떠도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 징계 심의를 앞두고는 자신이 역할을 맡으면 (윤석열 대통령 지지도 문제를) "20일이면 해결할 자신이 있다"며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

이 대표가 작년 6월 국민의힘 당 대표에 선출됐을 때 한국의 정치가 한 단계 도약하고, 보수 정당의 낡은 모습이 바뀌리라는 기대가 많았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승리 등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이후 이 대표가 보여준 모습은 '젊은 꼰대 정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만 옳다는 독단과 독설이 난무했을 뿐 젊은 정치인이 내놓을 만한 '근본적 혁신'은 없었다.

이 대표가 법적 대응에 나섬에 따라 '윤핵관'과 2차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 신주류가 '제명' 카드로 맞설 경우 국민의힘은 더욱 극심한 내홍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여당이 밀려오는 복합 경제 위기에 일사불란하게 대처해도 부족한 때에 분란을 자꾸 키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대표는 아직 젊고, 촉망받는 정치인이다. 차제에 제기된 사법 의혹을 해소하는 한편, 이번 사태를 새로운 정치인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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