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예측 불가능한 물 폭탄, 방재 시스템 개선 불가피하다

전에 없던 강수량이었다. 지난 8일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내린 비는 통제 불능의 자연재해였다. 하루 강수량 400㎜에 근접한 비로 서울 도심은 도시 기능이 마비됐다. 같은 날 서울 동작구에는 시간당 141㎜의 비가 내렸다. 수량도 압도적이지만 전례 없던 국지성 집중호우라는 점에서 경각심은 커진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거라는 예측이다. 역대 기상 관측 기록을 바탕으로 짜둔 방재 시스템의 개선이 불가피해 보이는 까닭이다.

양동이로 물을 쏟아붓는 듯 앞이 보이지 않는 강우량이 시간당 100㎜다. 비가 쏟아지는 것과 동시에 대피하는 건 매우 어렵다는 뜻이다. 일상의 대비가 안전 확보와 직결된다고 하겠다. 대구경북도 안전지대라고 볼 수 없다. 특히 대구는 시간당 70㎜ 이상 집중호우에도 상당 지역이 침수 피해에 노출될 것이라고 한다. 비 피해와 거리가 먼 지역이라는 낙관론은 무의미하다. 일 최고 강수량 225.8㎜와 시간당 최고 강수량 80㎜라는 대구의 과거 기록은 참고 수치일 뿐이다.

지진, 화산, 태풍 등 온갖 자연재해에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대비한다고 자부했던 일본도 15년 전부터 태도가 바뀌었다. 100년 빈도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면 된다는 걸 맹종하지 않는다. 100년 빈도라는 기준을 넘어선 자연재해가 잇따른 탓이다. 이상 기후에 따른 온도 상승, 국지성 집중호우 피해는 인간의 예측치를 뛰어넘고 있다. 100년에 한 번꼴로 있을 재해를 가정해 방재 시스템이 짜였다는 걸 감안하면 안전지대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과제다. 정해진 대로 대비해도 피해가 나면 속수무책인 게 재난이다. 정부와 지자체 등 각자가 저마다의 영역에서 방재에 진력해야 한다. 자주 방재에도 소홀해선 안 된다. 동네의 위험 지역은 오랜 기간 살아온 주민들이 가장 잘 안다. 정부 방재 기준만 믿고 날벼락을 맞은 뒤 정부를 탓해 봐야 소용없다. 자연재해가 정부 기준에 맞춰 일어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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