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다음에 오실 때, 독서회에서 독서토론 하고 싶은 책 추천해주세요."
공공도서관에 첫발을 내디뎠던 신입사서 시절, 독서회 담당자로 매달 두 번씩 진행되는 독서회 모임에 나가게 됐다. 첫날, 어색했던 침묵도 잠시 방학을 맞이하여 그림책 관련 주제로 '거울 속으로(앤서니 브라운)', '이렇게 멋진날(이수지)' 등 12권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고 사담이 더해져 독서회의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이후 예정된 끝나갈 때쯤 상반기 독서토론 도서를 선정하고자 회원별 1권씩 다음 모임까지 추천도서 선정해서 모이기로 하였다. 이에 담당자인 나에게도 1권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이 왔고,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대학생 때부터 오랫동안 취업이 급하다는 둥, 다른 할 일이 많다는 둥 여러 핑계를 대며 책을 거의 읽지 않았기에 책을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너무 좁았다. 그렇게 한없이 고민하다가 문득 예전 군대에 있던 시절 읽었던 '화차'라는 책이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갔다.
이 책은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많은 이들이 짊어지고 있는 빚이라는 것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한 약혼자의 실종을 파헤치며 진행된다. 신조 쿄코라는 여인이 아버지가 진 빚의 대물림으로 벼랑 끝에 몰리고, 그녀는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워 가족, 지인 없이 홀로 남은 이의 신상 정보를 알아내 살인을 저지른다. 하지만 본인이 죽인 세키네 쇼코, 그녀 역시 빚에 허덕이던 신용불량자였고 빚으로부터 도망치려 발버둥 치려던 신죠 쿄코는 두 번째 범행을 저지르기 직전 정체가 탄로 나고 혼마 슌스케에게 체포되며 그녀의 비극이 끝이 난다.
독서 모임 당일, 회원들과 이러한 비극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히 "신조 쿄코가 살인을 저지르고 타인의 인생을 훔치는 것 말곤 그녀의 삶을 구제할 방법은 없었는가"에 대한 토론이 흥미로웠다. 어떤 사람은 법적으로 파산절차를 밟고 개인회생 신청하는 현실적인 방법을 얘기했고, 다른 이는 빚에 허덕이는 약자가 똑같은 상황의 약자를 공격하는 비참한 현실이 참담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신용불량자와 채무자들이 게으르고 허영심이 가득 차 있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살아가며 소소한 행복을 꿈꾸는 이들도 많기 때문에 개인의 책임이 아니고 불법사채와 사회 구조적 모순이라고 지적하는 소설 속 내용에 공감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처럼 혼자가 아닌 마음이 맞는 이들과 함께 책을 읽었을 때, 보이지 않던 부분을 발견할 수도 있다. 책 속의 내용뿐만 아니라 시대적 배경, 사회제도, 당시 사회상 등 넓은 시각에서 책을 바라볼 수도 있다.
도서관은 단순히 도서를 대출·반납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이 읽고자 하는 책을 깊이 탐독 할 수 있고, 책을 좋아하는 다양한 이들과 소통하며 지역사회의 사랑방으로써 이야기꽃이 피어나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많은 이가 도서관에서 더 많은 이가 책을 매개로 행복을 찾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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