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격언으로 기억되는 철학자 스피노자.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문장이지만 막상 그의 철학에 접근하면 낯설고 난해한 용어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그 중 스피노자가 15년에 걸쳐 집필한 '에티카'는 특히 어려운 텍스트로 손꼽힌다. 형이상학과 존재론, 인식론, 윤리학 등 그의 철학이 종합적으로 압축돼있어서다.
스피노자 연구의 권위자로 손꼽히는 미국 위스콘신대 철학과 교수 스티븐 내들러가 스피노자의 철학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책을 펴냈다.
그는 앞서 '스피노자: 철학을 도발한 철학자', '에티카를 읽는다', '스피노자와 근대의 탄생' 등을 통해 스피노자의 삶과 사상을 전달해왔다. 이외에 그가 집필한 '렘브란트의 유대인'은 2004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간 스티븐 내들러가 펴낸 책들이 에티카의 부별 핵심 내용을 정리하고 설명한 '에티카 해설서'라면, 이 책은 조금 성격이 다르다. '삶과 죽음에 대한 스피노자의 지혜'라는 부제처럼 에티카 속에서 우리 일상의 삶과 관련된 주제들만을 골라내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기쁨과 슬픔, 사랑, 미움, 분노, 오만 등의 감정을 어떻게 이해할지, 나의 중심을 지키면서 어떻게 타인과 조화롭게 성장해나갈지, 왜 정직해야 하는지, 죽음과 자살을 어떻게 볼 것인지, 최선의 삶을 사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삶과 죽음에 대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봄직한 물음을 다룬다.
무엇이 좋은 삶인가. 철학의 아주 오랜 주제이자 스피노자가 철학에 매진하게 된 질문이다. 스티븐 내들러는 좋은 삶을 위한 물음을 탐구하며 스피노자가 찾은 것은 바로 '자유'라고 말한다. 자유롭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며, 자신의 본성에 기초해 사유하고 욕망하며 행동하는 것이라는 설명도 빼놓지 않는다.
이어 자유롭기 위해서는 자신의 본성을 정확히 인식하고 이해하는 일이 필수라며, 에티카 곳곳에 제시된 '자유인'에 대한 비전을 소개한다.
이성과 인식에 따라 움직이는 자유인은 미움, 탐욕, 시기와 같은 정념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며 도의심과 정의, 박애의 태도로 타인을 대한다. 또한 현세의 즐거움을 적절하게 누리면서도 선(善)을 원하고 추구한다는 것. 무엇보다 자유인은 나 자신을 발전시키는, 스피노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기 존재를 지속하고 능력을 강화하는 코나투스(Conatus)'적인 일에서, 그에 타인을 동참시키는 일에서 기쁨을 얻는다.
이러한 삶 속에서 실천하는 기쁨에 집중하므로, 죽음에 집착하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가 바로 자유인이라는 게 이 책의 핵심이다. 즉, 우리는 죽음을 극복할 수는 없지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는 있다는 것. 그래서 내일 죽더라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의지의 발현도 가능한 것이다.
이 책은 보다 자유롭게 에티카를 살펴보며 스피노자 철학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책이다. 행복하려, 더 나은 사람이 되려 노력하는 모두의 삶을 위한 단서를 제시하는 책이다. 344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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