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10년째 침대생활…엄마의 소원은 아픈 딸이 딱 하루 먼저 세상 떠나는 것

태어난 지 3개월 만에 급성심근염 수술 후 뇌손상으로 못 움직여
목에는 튜브, 배에는 위루관 달고 생활…끝없는 입퇴원의 반복
만만찮은 치료비에 24시간 돌보는 엄마·아빠의 건강도 위험

김정란(가명·50) 씨가 뇌손상으로 움직일수 없는 딸 혜린(가명·10)이를 간호하고 있다.
김정란(가명·50) 씨가 뇌손상으로 움직일수 없는 딸 혜린(가명·10)이를 간호하고 있다.

적막한 방 안에는 아이의 쌕쌕거리는 숨소리와 의료기기의 작동 소리만이 들린다. 침대 위에는 혜린(가명·10)이가 눈만 뜬 채 미동도 없이 누워 있다. 혜린이의 방은 10살 소녀의 방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삭막했다. 침대 주변에는 산소호흡기와 각종 약, 의료 용품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혜린이의 몸 곳곳에는 수술한 흔적이 가득했다.

엄마 김정란(가명·50) 씨는 혜린이가 아프기 전 건강했던 사진을 차마 보지 못한다. 누워있는 혜린이를 바라보며 애써 미소만 짓는다. 혜린이 앞에서는 절대 울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혜린이는 그런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눈동자만 굴린다.

◆심장 수술 후 뇌손상으로 누워 있기만...

9년 전, 태어난 지 고작 3개월이었던 혜린이는 호흡기 질병인 모세기관지염과 심장병인 심근염 진단을 받았다. 기관지절제술과 중환자실 입원 치료를 거치며 위급한 상황은 넘겼지만, 이후 혜린이는 뇌손상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됐다. 당시 일반병동으로 옮겨진 혜린이를 본 의사의 첫 마디는 "이런 애들 오래 못 삽니다" 였다. 김 씨는 의사의 말에 충격을 받고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다. 장기 입원 후 퇴원했지만, 혜린이는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김 씨는 육아휴직 신청을 하고 2년간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혜린이 곁을 지켰다. 하지만 혜린이의 몸 상태는 좋지 않았다. 2015년경 폐렴에 걸려 2달 가까이 입원한 혜린이는 면역력이 심각하게 떨어졌고, 복용하는 약은 점점 늘어만 갔다. 움직일 수도 없는 탓에 뼈는 더 약해져 골절만 벌써 3차례. 2018년에는 기관지에 삽입해둔 관에 피부가 쓸려 육아종이 발생해 또다시 2차례 혹 제거 수술을 받아야 했다. 수술은 무사히 끝났으나 패혈증 진단을 받고 한참을 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끝없는 입원과 퇴원의 반복이었다.

아빠 이해준(가명·52) 씨도 하던 일을 그만뒀다. 부부는 교대로 쪽잠을 자며 종일 혜린이를 간호했다. 혹시나 잠깐 잠든 사이 아이가 잘못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에 김 씨는 매일 밤 혜린이 옆에서 눈물만 흘렸다. 아이가 아픈 것만으로도 절망적인데 경제적으로도 감당이 되지 않았다. 김 씨는 아이의 간호가 끝이 보이지 않는 깜깜한 터널 속에 갇힌 기분이라고 느꼈다.

◆움직이지 못하는 아이 교대로 돌보는 부부

혜린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재활치료다. 병원에 갈 수 없는 혜린이는 방문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한 회에 13만원인 수업을 한 달에 8차례 받아 104만원이 고정적으로 지출되고 있다. 재활치료를 받지 않으면 호흡과 배변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거르지 않고 받아야 한다. 게다가 혜린이가 사용하는 석션 튜브, 소독제, 거즈 등 의료 용품이 전부 일회용이기 때문에 여기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밖에도 비급여 약값에 체온조절이 스스로 되지 않는 혜린이를 위해 사용하는 냉·난방비까지 한 달에 150만원가량이 소요된다.

남편 이 씨의 여동생에게 빌린 빚도 있기에, 현재 김 씨는 복직했다. 남편 또한 배달 일을 하며 밤낮없이 두 사람이 교대로 혜린이를 돌보고 있다. 10년간 병간호에 부부는 만성 스트레스와 불면증, 고혈압까지 왔다. 소화불량을 겪는 김 씨는 끼니도 하루 한 끼가 전부다.

김 씨는 혜린이의 언니, 첫째 딸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혜린이의 병간호에만 매달리느라 잘 돌봐주지 못한 것이 항상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첫째는 힘든 내색도 하지 않는다. 김 씨의 소원은 혜린이가 자신보다 딱 하루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것이다. 혜린이가 자신의 곁에 있는 동안만이라도 덜 아프고 편하게 지냈으면 한다. 오늘도 김 씨는 가만히 혜린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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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금 내역]

◆뇌병변 장애로 걷지 못해 할머니 보살핌 받으며 지내는 배가람 군에 2,178만원 전달

매일신문 이웃사랑 제작팀은 친권포기각를 남긴 채 떠난 엄마를 대신해 할머니와 삼촌 보살핌으로 지내는 배가람(매일신문 8월 2일 자 10면) 군에 2천178만1천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김영준치과 10만원 ▷최우진 5만원 ▷라선희 3만3천원 ▷이병규 2만5천원 ▷신종욱 2만원 ▷김강현 1만1천원 ▷박홍선 1만원 ▷전지원 1만원 ▷이진기 5천원 ▷김건율 2천원 ▷이장윤 2천원 ▷'지원정원' 3만원 ▷'류충렬.신지연' 2만원 ▷'따스한햇살' 5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4살에 신부전증 판정 받고 3번째 신장 이식 수술 기다리는 박정민 씨에 2,461만원 성금

신부전증과 소장암으로 투석치료를 받으며 신장 이식수술 기다리는 박정민(매일신문 8월 9일 자 10면) 씨에 50개 단체, 202명의 독자가 2천461만7천613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화문화장학재단 200만원 ▷대구지역가톨릭협의회 200만원 ▷DGB대구은행 1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21보드게임카페(김성원) 95만3천원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조성택)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태원전기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박찬종) 4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재)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성암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경주자동차전문학원 10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연세맑은안과(이호선) 10만원 ▷원일산업 1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이구팔육(김창화) 10만원 ▷㈜태광아이엔씨(박태진) 10만원 ▷㈜태왕(김수경) 10만원 ▷진여워터테라피 10만원 ▷혜민학원(조현모)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수가성식당(최병기)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제이에스테크(김혜숙) 5만원 ▷중명산업주식회사(김재홍) 5만원 ▷중앙안과의원(김일경)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국선도풍각수련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대원전설(전홍영) 2만원 ▷서성상회(박형근) 2만원 ▷모두케어(김태휘)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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