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홍성걸 칼럼] 다시 공정과 상식, 정의로 돌아가라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윤석열 정부 출범 100일이 지나는 시기에 윤석열 정부는 위기를 맞고 있다. 여론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 한마디는 오만함의 극치로 인식되었고, 급격한 지지 철회로 이어졌다. 더 늦기 전에 지난 100일을 되돌아보고 변화의 방향을 생각해 보자.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60대 이상, 정확히 말하면 70대 이상만 제외하고 모든 연령대에서 추락하고 있다. 특히 대선 때 이재명 후보보다 압도적 지지를 보였던 이대남의 지지는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왜 그럴까? 많은 현상학적 이유가 있지만 근본 원인은 단 하나다. 공정과 상식, 정의를 내세웠던 그가 대통령이 된 후에는 오히려 불공정과 비상식, 그리고 정의롭지 못한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처럼 대통령의 인사는 모든 것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열에 아홉을 잘하고 하나만 잘못해도 인사는 망사가 된다. 불행히도 윤 대통령의 인사는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않았다.

윤 대통령은 능력과 전문성을 가장 중요시한다고 했지만, 국민의 눈에는 충암고와 서울대 선후배, 검찰 출신 우대로 보였다. 자신이 아는 사람을 쓰는 것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때로는 그 전문성과 능력이 의심되는 인사들이 많았다. 선거 때 도운 사람들이라고는 하지만 대통령실에 자리를 잡은 사람들 중에는 특히 젊은 세대의 공정성 인식을 저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국민 정서에 어긋나는데도 무엇이 문제냐는 인식은 위험하다. 장관 인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지난 정부의 장관들 중 올바른 사람이 있더냐고 반문한 것이 대표적이다. 첫 다자외교 무대였던 NATO 정상회의에 참석했을 때는 김건희 여사의 지인 동반이 성과를 흐렸다. 과거에도 공인이 아닌 사인이 대통령 전용기에 동승해 참석한 적이 있다고 내세운 사례가 하필 공식 행사의 사회를 보기 위한 연예인이었다.

장관 인사에서는 더욱 그랬다. 외신 기자가 각료 중 여성 부족을 지적하자 갑작스레 내세운 여성 장관들은 모두 낙마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아직도 공석이고, 음주 운전 등 각종 문제로 시달리던 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하반기 국회의 원 구성이 늦어지면서 청문회 없이 임명했지만 결과는 안 한 것만 못했다.

사실 정책 분야에서 뚜렷이 잘못한 것은 없다. 오히려 추경호 장관을 비롯한 경제팀과 박진 장관을 비롯한 외교팀은 올바른 방향에서 강력히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 지지율이 급속히 추락하는 것은 태도의 문제와 함께 대통령 관저 수의계약 의혹 등 공정과 상식의 눈높이가 국민과 달라서다.

이제 대안을 생각해 보자.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사실 윤 대통령의 모든 문제는 공정과 상식, 정의의 회복이 관건이다. 먼저 대통령실의 개혁이 필요하다. 인사기획관과 인사비서관 모두 검찰 출신인데 둘 중 하나는 즉시 인사행정 관료나 민간 헤드헌팅 전문가로 교체해야 한다. 인사비서관실은 대통령실의 모든 직원들을 점검해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인사들을 정리해야 한다. 대통령 부인을 보좌할 제2부속실의 부활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대통령 옆에서 공적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는데 조직이 없으면 사인의 지원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크고, 그것이 곧 불공정과 비상식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석인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장관 인사는 사실상 국민 공모 형태로 진행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지난 100일 동안 대통령실에서 가장 보이지 않았던 사람이 정무수석이다. 170석 야당과의 관계는 정책 추진에 가장 중요한 변수임에도 도어스테핑에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전선을 형성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즉시 야당과의 관계는 물론, 여당과의 관계도 개선할 새 정무수석이 필요하다. 지지율의 추락이 급격히 나타난 것은 '내부 총질하는 대표'라는 문자가 공개된 이후라는 점을 감안할 때 대통령은 어떤 경우에도 여당의 당내 문제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소위 윤핵관들의 거취는 각자의 선택일 수밖에 없지만 적어도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끝으로 이슈를 선점하고 정책으로 승부를 해야 한다. 능력 있는 인사를 발굴하고 그들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해주는 것이 곧 리더의 일이요, 훌륭한 대통령이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200일은 지금과는 다를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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