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영 이사장, 진짜 대단한 사람이에요."
서장은 엑스코 대표이사 사장이 최근 사석에서 내놓은 양진영 케이메디허브(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에 대한 인물평이다. 케이메디허브가 지난 7월 1일부터 3일 동안 엑스코에서 처음 개최한 '대한민국 국제 첨단 의료기기 및 의료산업전'(KOAMEX·이하 코아멕스)에 257개 기업이 참가했다. 이는 지난해 부산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 전시회(KIMES·이하 키메스) 참가 기업 수의 1.4배, 지난해 같은 장소에서 개최된 메디엑스포의 2배가 넘는 관람객이 몰리며 대박을 터뜨린 이면에 양 이사장의 노력이 있었다는 설명이었다.
불과 1년 만이다. 지난해 8월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 출신인 양 이사장이 재단의 4대 이사장으로 오자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가 지역 근무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가 없다는 점을 들어 '낙하산' 프레임을 꺼내 들었다. 아울러 지역 기업 및 의료계와 소통 부재를 우려했다.
양 이사장은 1년 만에 편견과 우려를 불식했다. 그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1년을 보냈을지 궁금했다.

-취임 1년을 어떻게 보냈나?
▶미친 듯이 일했다. 그리고 보란 듯이 한 번 해본다는 마음이었다.
지금도 가슴에 남아 있는 상처가 되는 말이 '낙하산'이다. 낙하산은 업무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이 오는 것이지 않으냐. 그럼 내가 업무를 모른다는 말 아니냐.
'억울하게 평가되는 걸 불식하려면 업체 애로사항을 빨리 해결해 줘야 된다'는 목표가 생겼다. 그래서 조그마한 업체도 다 찾아가서 인사하고 악수했는데, 두세 명 일하는 업체에서도 그 사람들의 눈동자에서 열의가 보였다.
'진짜 우리가 도와줄 것은 도와주자'는 마음이 생기더라. 이 조그마한 의지가 있는 그 씨앗을 키워서 확 치고 나가게 하는 역할을 우리 재단이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기업 챙기기, 경제가 답이다.
-1년간 업무협약 35건에 최근 R&D(연구개발) 수주 실적도 놀라운 성과를 보이며 성장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총 367억2천400만원을 수주했다. 7개월 만에 지난해 수주 금액을 넘겼다. 직원들이 잘해줘서 고맙다. 열심히 돈 벌어서 다시 기업에 환원하고, 직원들 처우 개선하겠다.
초대 이사장님은 임기 3년 동안 허허벌판에 건물을 지으셨다. 2대 이사장님은 그 건물에 장비를 들여놓고 R&D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 초기 6년 중 4~5년은 기초를 다졌다. 그리고 2014년 이후로 여러 가지 R&D가 진행됐다. 이걸 하다 보니 연구 관리 규정도 필요하고 직원도 더 필요해서 채용하는 등 체계를 잡아나갔는데 그게 벌써 9년이 흐른 셈이다.
전임자들이 아스팔트를 닦아놓은 후에 제가 왔다. 2014년, 15년부터 해온 여러 연구 실적이 이제 꽃을 피우는 시기다. 꽃 필 때 무조건 홍보를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타이밍이 그런 거 같다.

-홍보, 소통을 상당히 강조한다
▶취임 후 제일 답답했던 부분이 재단 인지도가 낮다는 문제였다. 심지어 취임인사를 하며 만난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 조차 "어디에 있지요?"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 곳입니까?"라는 질문을 했다.
게다가 대다수 의료기업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데 이들은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 대구경북 지역에 국한된 지원기관이라 오해했고, 국가기관임을 아는 기업조차 상담받으러 내려가는 남방 한계선이 충북 오송이었다. 오송보다 한 시간 더 KTX를 타고 내려와야 할 이유를 만들어야 했다.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재단 인지도 제고, 홍보라고 판단하게 된 계기다. 기존 'DGMIF'라는 CI를 케이메디허브(K-MEDI hub)로 바꾼 것도 이 때문이다.
코아멕스도 외부 소통의 일환이다. 대구가 명색이 '메디시티'인데 그 흔한 의료 산업 박람회가 없다. 그래서 시작한 거다.
-올해 처음 한 코아멕스가 대성공했다. 예상했나?
▶관계기관에서 다들 안 된다고 했다. 기업에서 3월 서울 키메스, 11월 부산 키메스 예산 책정 다 해놨는데 중간에 대구가 뛰어든다면 누가 반기겠나.
그런데 우리는 이게 아니면 우리가 가진 좋은 기술, R&D로 업계와 만날 접점이 없다. 그래서 작년 12월부터 준비했다. 준비 대부분은 기업 유치였다. 의료 관련 협회, 기관이 오기로 하면서 기업 참석을 독려해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우리도 우리 행사 키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의료기업을 돕겠다며 찾아다녔다.
포럼도 만들었다. 잘하는 분들 와서 같이 듣고 주변 업체도 같이 들어오라고 하니까 와서 듣는다.
지역 기업은 만나고 싶던 대기업을 서울까지 찾아가지 않고도 만나 상담할 수 있어 좋고, 케이메디허브는 외연을 확장하고 의료산업계에 저력을 보여줬다. 대구는 메디시티의 위상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이제 조금씩 시너지가 생기기 시작한다.
-최근 전남 화순과 인천 송도에서도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지정해달라고 한다.
▶의료산업은 그렇게 뿔뿔이 흩어놓아선 안 된다.
미국의 전례를 보면 유럽에서 의료산업 시장이 성장해 이후 세계시장을 독점하자 다른 곳은 따라가기 급급했는데 미국은 국가 주도로 투자하며 유럽을 따라잡아 버렸다.
이후 일본, 싱가폴, 한국도 국가에서 초기에는 지원해주는 상황이다.
그 투자가 성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인내하는 게 필요하다. 여러 군데로 쪼개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그래서 바이오 첨단 의료산업 육성을 위한 특별법까지 만들어서 대구와 오송 두 군데를 지정한 거다.
우리 재단이 가진 10년 이상 노하우에 그간의 특허, 보유 인력·시설·장비에 더욱 힘을 실어줘야 의료산업계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 전국으로 쪼개면 누구도 앞으로 치고 나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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