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요초대석] 한국 경제, 세 번째 굴(窟)이 필요하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총, 균, 쇠가 세상을 바꾼 세 가지라고 한다. 지금 세계를 바꾼 것은 다시 균이다. 100년 만의 대불황이 왔다. 코로나19가 1918년 발생한 스페인독감 이후 최악의 감염자와 사망자를 만들었지만 아직 완전히 끝날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정치인들의 오판과 헛발질, 그리고 표심에 좌우되는 포퓰리즘의 극치가 세상이 세균에 무릎 꿇는 형국을 만들었다.

2020년 코로나19를 전 세계는 약으로 잡은 것이 아니라 돈으로 눌렀다. 100년 만에 최대의 돈을 풀었고 이제 경기가 회복되고 폴린 돈이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하자 금리를 올리는 바람에 주가가 급락했다. 그간 과도했던 가상화폐, 부동산 등에서 자산의 버블이 터지고 있다. 항상 그렇지만 경기하강기에는 고장 난 시계처럼 비관론자들이 뒷북치며 나타나 곧 세상의 종말이 올 것 같은 예언을 해 가뜩이나 불안한 심리를 더 불안하게 한다.

난세에 영웅이 나고 불황에 거상이 난다. 앞이 보이지 않으면 역사책을 다시 펴 보라고 한다. 100여 년 만에 '균이 바꾼 세상', 무섭고 두렵고 신기하다. 지난 100여 년의 역사를 돌아보면 대불황은 다시 큰 기회다. 1918년 스페인독감, 대불황, 이어서 광란의 20년대(Roaring 20s)라고 불리는 8년여간의 긴 호황이 있었다.

100년 전 세계에는 폰지 사기와 마진 트레이딩이 등장했고 자동차와 가전이라는 신기술이 등장해 세상을 바꾸고 8년여간의 긴 호황을 가져왔다. 2020년 코로나19 이후 금융과 자산시장에서 버블이 생겼고 대형 가상화폐 사기가 터졌다. 그러나 전 세계 모든 CEO가 그렇게 하고 싶었던 4차 산업혁명을 단 2년 만에 코로나19가 해냈다.

코로나가 만든 대불황에 '언택트'(untact)로 명명된 신기술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이다. 영어가 안 돼 미국 비자 발급 심사에서 탈락했던 중국 산동성 출신 엔지니어 Eric S.Yuan(袁征)이 만든 ZOOM이 세계 공통의 소통 수단이 되었고 졸지에 거부가 되었다. 증시에서는 코로나 백신 개발이라고 이름만 달면 주가가 폭등했고 화이자 같은 거대 제약사는 반도체보다 더 많은 떼돈을 벌었다.

이번 2022년 경기하강은 100년 만의 대불황 이후 2년 만에 금리인상으로 오는 것으로 다시 대불황으로 갈 가능성은 낮다. 생산시설이 붕괴되었거나 주요 경제대국 중에서 부도난 곳이 없기 때문이다.

버블을 잠재우는 것은 기술이다. 세상에 없던 서비스와 기술이 버블을 채우면 세상은 다시 10년 호황으로 가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버블 붕괴의 대홍수에 휩쓸려 간다. 미중이 기술 전쟁을 하면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되는 반도체와 배터리 전쟁이 벌어졌다. 한국은 천만다행으로 미국이 갖지 못한 배터리와 중국이 갖지 못한 반도체 기술을 가지고 있어 미중의 기술 전쟁터에서 당당하게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2%부족하다. 배터리 및 반도체의 소재와 장비를 미국과 중국에 의존하기 때문이고 유사시에 기술이 아니라 소재와 장비가 없어 제품을 못 만드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영리한 토끼는 굴을 세 개 판다'(狡兎三窟). 한국은 반도체와 배터리 외에 적어도 세 번째 비상구가 필요하다.

바로 바이오다. 40년 전 이공계 선호 1위는 전자공학이었지만 지금은 의학이다. 전자공학과를 특성화대학으로 육성하는 바람에 대구경북 출신의 전자공학도들이 40여 년간 한국의 반도체와 배터리산업의 성공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그런데 이젠 TV 광고에서 통신사와 화장품 광고 대신 무릎 연골약과 염색약 광고가 넘쳐난다. 한국은 미국, 일본, 중국보다 빠른 노령화 속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노령화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바이오산업이다. 발상의 전환으로 한국의 의대생을 지금보다 10배 늘려 성인병과 노인병 특효약과 진단 장비를 만들면 대박이다.

한국의 지근 거리인 중국에 2억9천만 명의 노인인구가 있다. 지금 중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연간 2천만~2천500만 명씩 은퇴하고 있다. 중국의 억대 부자 평균연령이 56세다. 10년 뒤면 구매력 넘치는 부유한 중국의 노인인구 2억5천만 명이 바이오산업의 수요자로 새로이 등장한다. 반도체와 배터리에 이은 제3의 미래산업으로 바이오산업을 키우는 데 전력투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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