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일을 마치고 집에 가니 아들 녀석이 도무지 알 수 없는 얘기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자세히 물어보니 요즘 핫한 드라마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자기소개 대사라고 하였다. '어떤 드라마인지?' 궁금해서 알아보니 자폐스펙트럼 장애와 천재적인 두뇌를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우영우)가 대형 로펌에 입사해서 벌어진 여러 사건들과 변호, 재판에 관한 내용이었다. 시청률도 대박이 나고, 주연 배우 및 다른 배우들의 인기도 엄청난 그런 드라마였다. 1화를 보다가 너무 재미있어 모든 회차를 순식간에 정주행했다. 분명 재미있고, 따스한 감동을 주는 드라마이지만, 그런 장면들보다 주인공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눈에 도드라지게 들어왔다. 예전에는 자폐증이라 불렸지만, 그 안에서도 진단 기준에 충족하지는 않으나 전체 또는 일부 특징이 비슷한 여러 질환들이 많아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불린다.
특징적인 증상은 사회적 상호 작용의 장애, 의사소통의 장애, 행동이나 관심이 한정되고 반복적인 것을 특징으로 한다. 각 부분의 증상 정도에 따라 나타나는 행동이 제각각 다르기에 스펙트럼 장애로 불리는 것이다. 우영우같은 자폐 장애가 있는 변호사나 교수가 아주 드물게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이지는 않다. 그리고, 우영우의 모습 또한 일반적인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고 할 수 있을지는 의견이 분분할 것이다. 이런 질병에 대한 분석보다는 '우리 사회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 같다. 드라마의 작가나 감독도 그런 메시지를 보여주고 싶다고 인터뷰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우영우처럼 천재적인 머리를 가지고, 서울대를 나오고 변호사 정도나 되어야지, 그리고 어떤 음악, 미술 또는 어떤 분야에 천재가 된 장애인만이 사람들의 인정과 친절, 호의를 받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는 아닐 것이다.
2주 전 재활의학과에서 한 여자아이가 의뢰되었다. 재활 치료 중인데, 기침과 열이 많이 나서 진료를 하게 되었다. 3살이 된 하은이는 유모차에 앉은 채로 눈만 끔뻑이며 손도 발도 자유롭게 쓰지 못했다. 식사도 잘 하지 못해서, 배에 관을 뚫어 고무호스로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하고 있었다. 당연히, 의사 소통이나 대화는 불가능했다. 엄마가 아이의 증상을 얘기하고, 진찰하고 필요한 약을 처방하였다. 차트를 보니 출생 시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힘든 상태로 재활 치료 중인 아이였다. 하지만, 하은이 엄마는 참 씩씩하고 유쾌한 사람이었다. 감기가 잘 낫지 않아, 두세 번 더 진료를 보면서 엄마와 친해진 듯했다. '하은아 안녕!' 아무리 크게 인사해도 눈만 끔뻑이며 반응이 없다. 그럴 때면 하은이 엄마가 대신 인사를 전해준다.
어쩌면 하은이 엄마는 하은이에게 평생 '엄마'라는 말도, 인사도 듣지 못할 것이다. 남들 다 가는 여름휴가도 하은이 옆을 24시간 지켜야 되기 때문에 단 하루도 하은이를 두고 어디 가지를 못할 것이다. 엄마이기 때문에 무한히 하은이를 사랑하겠지만, 아주 가끔은 '힐링의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본다. 장애 어린이 재활 병원도 많이 세워져서 하은이와 같은 아이들이 도움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며칠 동안이라도 이 친구들을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그런 시설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재활병원, 도움을 주는 시설들이 생길 수 있도록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와 발맞춰, 천재적인 장애인들만이 아닌 대다수의 일반 장애인들에 대한 우리의 시선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학교에서 우리와는 조금 다른 불편한 사람들, 그리고 많이 불편해서 혼자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들, 마음과 정신이 아픈 사람들, 그리고 여러 증후군의 특성상 우리와 모습이 조금 다른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그들을 만나고, 대화하고, 이해하고, 행동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더 이상 이상하지 않고 평범하게 바라볼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하은이와 하은이 엄마가 사는 세상은 더욱 행복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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