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추상미술의 출발부터 확산까지…‘대구 추상, 모험과 실현의 순간들’

9월 3일까지 봉산문화회관 1~3전시실

정점식, 母子, 1957, 76.5×51cm, Oil on canvas.
정점식, 母子, 1957, 76.5×51cm, Oil on canvas.
장석수, 1965, 204×154cm, mixed media.
장석수, 1965, 204×154cm, mixed media.

한국전쟁 이후 격동의 시대적 변화를 겪은 1950년대 말부터 1970년대까지 한국의 현대미술 역시 획기적인 변화를 거듭해왔다.

대구 화단은 그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었다. 기존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작가들과 전란 속에 대구로 내려온 많은 피난 작가들이 모인 지역이었던 것.

새로운 변화의 키워드는 추상화(化)였다. 조동오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는 "일제강점기의 간접적, 수동적인 도제식 미술 수용에서 벗어나 작가의 감정이 담긴 표현적인 미술을 적극적으로 보여주려는 욕구가 분출된 시기"라며 "여기에 앵포르멜(제2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난 추상 회화 운동) 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토양이 구축되면서 본격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제2장 추상표현의 다양화 전시장 전경.
제2장 추상표현의 다양화 전시장 전경.

봉산문화회관이 선보이고 있는 '대구 추상, 모험과 실현의 순간들'은 이러한 대구미술사의 변곡점을 되짚어보는 전시다.

제1장 '대구 추상미술의 출발'에서는 자연주의 미술이 주류이던 1940년대 말, 자유로운 서체적 리듬감으로 추상적 표현을 나타낸 정점식 작가와 비정형적이고 비대상적인 추상미술을 선보인 장석수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다.

제2장 '추상표현의 다양화'는 서석규 작가와 이복 작가의 작품을 통해 작가들이 작품을 수용하고 내면화하는 과정을 살펴보고, 그에 파생되는 또다른 경향인 반추상적인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이후 1950년대 말 박광호, 이동진, 유병수, 이영륭, 김구림 등은 실험적인 추상미술을 통해 실현의 순간을 맞게 된다. 제3장 '추상표현의 확산' 전시에서는 작가들만의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추상표현의 탐구 과정을 엿볼 수 있다.

김구림, Yin and Yang 90-L 32, 1990, Acrylic, Magazine on Canvas, 213x315cm.
김구림, Yin and Yang 90-L 32, 1990, Acrylic, Magazine on Canvas, 213x315cm.

제4장 '디지털 아카이브'는 미디어 아티스트 오정향 작가가 동시대 작가의 시각으로 근현대작가들의 추상미술을 재해석하는 미디어아트와 프로젝션 맵핑으로 움직이는 아카이브를 선보인다. 도전과 실현의 의미가 함축된 시기를 통해 오늘날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는 지표를 찾는 기회다.

협력기획자인 김영동 미술평론가는 "추상미술가들은 개인의 독자성을 확보하기 위해 예술의 보편성이나 시대적 당위성, 지역적 특수성 등을 함께 고민해야했다"며 "그 작가들이 개성적이고 독특한 감각을 추구해 이룬 결실이 근대미술사의 중요한 유산이 됐다. 이러한 각자의 예술의식의 변천이 또다른 현실의 과제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주는 교훈과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전시"라고 말했다.

전시는 9월 3일까지. 053-661-3500.

미디어 아티스트 오정향 작가의 작품으로 꾸며진 제4장 디지털 아카이브 전시장 전경.
미디어 아티스트 오정향 작가의 작품으로 꾸며진 제4장 디지털 아카이브 전시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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