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요일 아침] 윤석열 정부 100일, 싸늘한 민심

허신학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

허신학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
허신학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

8월 17일, 오늘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되는 날이다. 예로부터 '100'(百)이라는 숫자는 우리와 매우 친숙하다. 단군신화에서 곰이 사람으로 환생하기 위해 마늘과 쑥을 먹으며 인내한 기간이 100일이었고, 간절한 소망을 담아 100일 기도를 한다. 아기가 태어난 지 100일째 되는 날 잔치를 열어 축하한다.

사람의 성장과 활동에서 숫자 100은 뇌 과학적으로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하루 1분 학습법'의 저자 키시모토 하로시는 100일의 의미를 대뇌의 생리상 특성으로 설명한다. 한 가지 습관을 들이는 데 보통 석 달(100일) 정도가 걸리는데, 이 때 대뇌세포에 동일한 자극이나 흥분이 100회(1일 1회, 약 3개월) 정도 지속적으로 주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즉, 대뇌세포에 뻗어 있는 수상돌기가 자극이나 흥분에 의해 다른 뇌세포와 연결되고, 지방막까지 퍼지는 데 3개월 정도 걸리고, 이러한 뇌세포의 네트워크가 완성되면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쉽게 습관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나라의 근간이 되는 온 국민을 이르는 백성(百姓)의 한자는 '百'을 사용하는데, 이때 '百'은 '모두'를 의미한다. '온'(모두)이라는 의미를 담은 '백'(百)에 가족의 명칭이나 겨레를 의미하는 '성'(姓)을 붙여 '모든 국민'을 칭하는 말이 되는 것이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이렇게 말한다. 가장 훌륭한 통치자가 다스리는 나라에서 백성들은 통치자가 존재한다는 것만 알 뿐이며, 그다음으로 훌륭한 통치자가 다스리는 나라에서 백성들은 통치자를 가까이하고 찬양하며, 그다음은 백성들이 그 통치자를 두려워하며, 그다음은 백성들이 그 통치자를 업신여기고 경멸한다.

통치자의 정성과 신의가 부족하기 때문에 백성들도 자연히 그 통치자를 불신하는 것 아니겠는가? 훌륭한 통치자는 말을 소중히 여기고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 나랏일을 완성하여 마침내 성공을 거두면 백성들은 '저절로 그렇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갤럽이 12일 발표한 8월 2주 조사(8월 9~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 명 조사) 결과,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25%로 집계됐다.

역대 대통령의 취임 100일 국정 수행 긍정 평가를 볼 때, 집권 초기 '소고기 광우병' 논란을 겪은 이명박 전 대통령(긍정 21%, 한국갤럽) 다음으로 낮은 수준이다.

'공정과 원칙'을 내세워 집권했지만, 지지층이 등을 돌렸다.

'공정'은 국민을 위한 공정이 아니라 검찰 중심, 기득권과 측근들만의 공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정치는 가족 비즈니스 아닙니까'라고 했던 윤 대통령의 말이 진심이었구나라고 느껴진다. 그래서 국민들은 '굥'이라 부른다. 손가락의 안부를 묻고 있다.

윤석열 정부 100일을 요약하면 세 가지 진(眞)이 없는 삼진아웃(三眞OUT)이다.

진실(眞實)이 없고, 진정성(眞情性)이 없고, 진언(眞言)하는 사람이 없다.

김건희 씨 논문 표절,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문제 등 진실은 가려졌다.

폭우로 인명 피해가 나고 수많은 피해가 발생한 지 사흘 만에 대통령은 "국민들께 정부를 대표해서 죄송한 마음입니다"라고 했으나,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의 사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위기・재난 상황에서 대통령은 자택에 고립된 것을 두고 "대통령이 있는 곳이 상황실이다"고 말한다. 흡사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보는 듯한 데자뷔를 느낀다. 그 어떤 대목에서도 진정성을 찾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은 중요하지 않다" "내부 총질하는 당 대표"라고 하는 등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고, 법무부 장관은 '등'에 대한 과도한 해석으로 시행령 정치 전횡을 저지르는 상황에서 대통령 주변에는 국민을 위한 정치, 성공하는 대통령을 위해 진언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윤핵관만 있을 뿐이다.

집권 초기 국정 동력이 상실되는 것은 국민에게도 이롭지 않다. 집권 100일에 대한 국민의 평가를 가볍게 보지 말아야 한다. 뼈를 깎는 마음으로 정상 회복을 위한 새로운 100일을 준비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삼진아웃을 면해야 한다. '굥'을 '윤'으로 바로 세우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더불어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고 협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